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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불러야 해? | 천준형 지음 | 달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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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펼치면 제목을 읽기 전에 물음표와 함께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생명체의 꼬리가 나온다. 대부분은 “물고기가 한 마리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겠지만, 누구는 조금 더 정확하게 ‘명태’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1인칭의 화자는 자신의 이름 자리를 빈칸으로 두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닷속에서 함께 헤엄치는 주인공 명태의 친구들은 한눈에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조금씩 입을 벌린 각도라든가 눈동자에 실린 표정들이 다르다. 책장을 넘기면 어망에 갇힌 수많은 명태를 만나게 되는데, 어망에 갇힌 명태는 ‘망태’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무심히 켜둔 텔레비전에서는 어선에서 일하는 선원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었고 “오늘은 꽃게가 킬로그램에 얼마예요?” 같은 포구의 대화가 들려왔다.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명태의 학명은 ‘Theragra chalcogramma’이다. 그리고 북어, 동태, 선태, 망태, 조태, 왜태, 매태, 애기태, 막물태, 강태, 은어바지, 섣달바지, 더덕북어, 노가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명태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제목처럼 “우리가 명태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이고 정확히 말하면 어떤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존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서술은 짤막하고 그림은 오직 명태만을 조명하고 있어 특별한 감정을 요구하지 않지만 독자는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떤 감정이 생겨나는 것을 감추기 어렵다. 명태와 장문볼락과 학꽁치와 광어에게도 있는 눈동자가 사람에게는 없다. 한 생명체를 요리재료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깨닫는다.

“코 꿰어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라는 부분처럼 묘사가 섬세해질 때마다 그림도 예민하게 표현의 강도가 높아진다.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 것 같은 ‘북어’ 장면에서 더욱 긴장한 독자는 ‘깡태’를 넘어 부서진 ‘파태’와 머리가 없는 ‘무두태’에 이르면 작가가 매섭게 말을 걸어온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잔인한 자리에는 사람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육식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생명의 존엄함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이 책을 읽고 명태에게만 미안하다면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닐 것이다. 48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