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월 3일(왼쪽)과 9월 14일 북한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위성사진. 한 달 사이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에 있던 나무 등이 제거되고 외벽이 설치되는 등 시설 확장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맥사테크놀로지,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공

■ 영변 핵시설 대대적 확장공사

미사일 발사·핵시설 가동 이어
1000㎡ 규모 우라늄 시설 확충

제재해제 美양보 끌어내려 압박
내주 유엔총회맞춰 도발 가능성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북한이 영변의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방사화학연구소 재가동에 이어, 우라늄 농축시설도 확장하면서 전방위적인 핵 능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순항·탄도미사일까지 잇따라 시험발사하면서 한·미를 상대로 핵 개발 보유 의지를 재천명하고 있는 셈이다. ‘핵 자위력’ 과시를 통한 대내 결속을 꾀하는 동시에 선(先)제재 해제 불가 입장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압박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다음 주 추석 연휴와 겹치는 유엔총회 기간에 추가 도발에 나설지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유엔총회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응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은 최근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원심분리기 1000개를 추가 수용할 수 있는 1000㎡ 규모의 시설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5㎿ 원자로 및 방사화학연구소 재가동 정황을 확인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시설 가동 및 확충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핵기술 고도화·확충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밝힌 대로 전술용 핵무기와 다탄두·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연구센터 소장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북한이 핵무기 생산에 사용할 플루토늄과 우라늄 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어느 수준까지 진전됐는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는 북한이 최근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목표에 도달하지 않고 도중에 낙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내외적 정치적 효과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핵·미사일 위력 과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 미 하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도 최근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고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은 내부 결속 성격도 적지 않다.

북한의 도발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도 세지면서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3주년이 겹치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이 기간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