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숨만…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는 김길수(78) 씨가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처한 양복 업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세원 기자

“50년했는데 명맥 끊길까 걱정”
남대문시장 아동복매장도 썰렁
“수출도 막혀… 3분의2 문닫아”

“40일 넘게 양복 1벌도 못 팔았습니다. 명절 대목인데 오가는 사람조차 없네요.”

추석 연휴를 앞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양복점과 남대문시장의 아동복 상인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조금은 매출이 늘지 않을까”하며 내심 기대했던 상인들은 절망적인 현실 앞에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1932년 설립한 한영양복점을 운영하는 김길수(78) 씨는 “양복점은 추석 연휴와 결혼식이 몰리는 9월에 매출이 가장 높은데 지난달 초부터 40일 넘게 단 1벌도 못 팔았다”면서 “내 나이대 사람들은 명절에 고향 내려가기 전에 양복 맞추고, 아들 처음 출근할 때 양복 해줬는데 이제는 다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14세부터 재단사 경력을 시작한 김 씨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수십 년 단골손님들조차 매장을 찾지 않는다”면서 “손님들의 신체 치수를 직접 재야 하는 양복점은 온라인 판매도 못 한다”고 설명했다.

명동에서 50년간 양복점을 운영하는 서모 씨는 “손님이 70% 이상 줄어들었다”면서 “명동 상권이 좋을 때는 지나가다 들러 옷 구경하는 젊은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엔 이마저도 없어 일대 양복 점주들은 명맥이 끊길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공동의 한 양복점 주인인 70대 박모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1개월에 15∼20벌은 제작했는데 지난해엔 3월부터 12월까지 그만큼 제작한 것 같다”며 “요즘은 1개월에 1명 오면 감사할 정도여서 양복 1벌에 최대 40%까지 할인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남대문시장의 사정도 비슷했다. 특히 임대문의와 영업시간 조정 안내문이 붙은 아동복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아동복 대형 매장인 씨티아이 관리팀장 김대진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에 120개 매장이 꽉 찼는데, 지금은 40개만 버티고 있다”며 “도매의 30∼40%를 차지하던 중국 수출길도 막히고, 내수도 없다 보니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밝혔다.

아동화 전문점 사장 임정동(63) 씨는 “원래 추석 때는 어두컴컴할 때까지 영업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으니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며 “하루에 20켤레는 팔아야 하는데 매출의 60%를 차지하던 외국인 손님이 사라지고, 지금은 3∼5켤레만 겨우 팔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는 “건물주가 월세 300만 원 중 30%를 감면해주고 있어 겨우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동복 매장 점원 이모(64) 씨는 “일대 아동복 매장 3분의 2는 문을 닫았다”면서 “2∼3년 전만 해도 하루 마진이 50만 원 정도 됐는데 지금은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원·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