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오늘 다시 대규모 집회
경찰, 사내 집회는 미온적 대응
공장 멈추면 철근값 폭등 전망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19일째 무단 점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10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지만 경찰은 사실상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민주노총 조합원 2600여 명은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ITC 입사를 거부하고 ‘현대제철 직고용’을 주장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이중 100여 명은 지난달 23일부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통제센터에는 안전, 환경, 물류, 생산 운영, 재무 등 제철소 핵심부서 대부분이 몰려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생산 공백을 막아내고 있지만, 직원들의 피로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당진공장 직원들과 자회사 소속 협력업체 직원들이 생산 공백을 막기 위해 연장근무를 강행하고 있지만 점점 한계상태로 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에도 현대제철 통제센터 인근 정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8일에는 비정규직지회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비정규직지회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에 불과한 꼼수일 뿐”이라며 “시간은 우리 편이고, 현대제철이 대화에 나오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파업과 농성을 이어가는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지만, 경찰은 노조 측의 불법 점거와 집회 저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노조 측의 집회가 있을 때마다 경찰력 투입과 펜스 설치, 검문소 운영 등 사전 원천 봉쇄 방침을 밝히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통제센터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에 대해서는 노사 자율 교섭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지난 3일 통제센터를 점거 중인 비정규직지회 180명을 상대로 2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통제센터 점거에 따른 기물파손과 대인 폭행 피해,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 차질 등을 계산한 금액이다. 국내건설 현장 철근 공급의 약 12%를 담당하는 당진공장에서 철근 생산이 중단되면 철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철근은 1t당 110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추석 연휴 이후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지영·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