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영식(왼쪽 사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진행된 ‘문화금융리포트(MFiR) 2021’에서 ‘디지털화폐와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김영식 서울대 교수

CBDC + 상업은행 디지털화폐
상호보완하며 ‘통화제도’ 혁신

은행 자금중개 위축 우려있지만
CBDC에 한도 줘 예금잠식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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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실증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잘 설계될 경우 상업은행의 디지털화폐가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통화제도의 안정성과 효율성,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경제주체들이 은행 예금 대신 CBDC를 보유하게 될 경우 은행이 대출재원 부족에 따른 자금중개 기능 위축과 이로 인한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일 ‘문화금융리포트(MFiR) 2021’에서 ‘CBDC와 현 은행의 역할 변화’ 주제 강연을 통해 “CBDC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금융기관 간 거래(도매 CBDC) 외에 소매 또는 범용 CBDC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CBDC의 적정 설계와 디자인이 갖춰진다는 전제하에서 ‘이중(Dual)통화제도’ 논리에 따라 CBDC와 민간 지급결제 업체가 상호보완적으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중통화제도는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발행한 화폐(publicly-issued money)와 이를 기반으로 민간부문 상업은행과 지급결제 서비스 전문업체들이 제공하는 화폐(privately-issued money)로 구성되는 제도를 말한다. 민간부문이 제공하는 지급결제 서비스의 다양성 및 혁신과 중앙은행이 보장하는 안정성 및 효율성을 장점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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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BDC가 주목을 받는 것은 소매 및 범용 CBDC가 나오기 시작해 실제 국민 경제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소매·범용 CBDC와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와 같은 소액 간편결제시스템(FPS)은 밀접한 대체관계를 가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급결제 서비스사업자(PSP)는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사용자 비용을 낮추고 보편적 액세스 제공을 통해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포용은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해 가능한 한 다수의 경제주체를 제도권 금융시스템 내부로 들어오도록 하는 조치를 말한다.

김 교수는 바람직한 CBDC 모형으로 ‘중개(intermediated) CBDC 모형’을 소개했다. 중개 CBDC 모형은 기존 FPS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일상업무와 소비자 대면서비스는 상업은행이 맡고 중앙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 핵심 운영에 집중하는 ‘2계층(two-tier) 모형’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보호와 중앙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의 사용자 데이터 접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계정기반 CBDC 모형은 신원 확인이 필수적이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민간 PSP가 CBDC 지급결제를 수행하고 중앙은행이 소매·범용 잔액을 기록해 보관하는 ‘하이브리드 CBDC 모형’은 중앙은행에 소매·범용 거래 전체 기록이 집중돼 소위 ‘빅 브러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 경우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바우처를 이용해 소액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CBDC의 상용화로 상업은행이 불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CBDC로 인한 자금의 급속한 유출로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계·기업이 보유하는 CBDC에 한도(cap)를 씌워 은행 예금 잠식을 완화하거나, 한도에 도달한 가계·기업의 한도를 초과하는 CBDC 자금은 연결된 은행의 예금계좌로 이체되는 ‘오버플로(overflow)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