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보편지원 반대’ 피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또 한 번 ‘현금성 보편적 지원’에 대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청년층을 위해 20조 원의 특별대책을 발표하는 등 현금성 지원을 잇달아 내놓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의 피해를 입는 취약 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은 재정(정부)이 일차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차입이 많은 가계라든가, 영업에 애로가 있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분명 코로나19 위기가 겹친 이런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이를 타기팅 해 집중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당연히 재정이 1차로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정부의 짐을 나눠서 졌으니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원인을 저금리 상황으로 지목하며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해 왔다. 한은이 그에 따른 행동을 했으니, 이제 정부가 금리 인상으로 예상되는 문제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이 총재의 ‘전 국민 보편적 지원 반대’ 소신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피력된 바 있다. 올해 1월 이 총재는 “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적 지원이 적절하다”고 밝혔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이 총재는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피해를 본 계층을 중점 지원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