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사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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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前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10가구 중 3가구 혼자서 살아
비혼·이혼·독거노인 급증 탓

인구 줄어들어 국가 차원 재앙
미래 위해서 사회적 대책 필요

복지·생활형편 나라서 돌보고
맞춤 주거대책 역량 집중해야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변화는 1인 가구의 급증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대가족제도였지만,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핵가족화했고, 또 급격하게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를 맞으면서 1인 가구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보고서를 보면, 전체 가구(약 2034만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에 12.7%였으나, 2019년에 약 615만 가구, 30.2%로 급증했다. 이제는 10가구 중 3가구가 혼자 사는 사회가 됐다.

전체 중 2인 이상 가구의 비중은 △2인(27.8%) △3인(20.7%) △4인(16.2%) △5인(3.9%) △6인 이상(1.1%)으로, 1인과 2인 가구의 비중을 합하면 58.0%로 대략 10가구 가운데 6가구에서 2인 이하가 사는 셈이다. 1인 가구의 연령대를 비중이 큰 순서로 살펴보면 △20대(18.2%) △30대(16.8%) △50대(16.3%) △60대(15.2%)의 순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의 비중이 계속 늘어 2027년에는 전체 가구의 32.8%, 2047년에는 37.3%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1인 가구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일까?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남녀의 수가 늘어나고, 결혼해도 이혼한 후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지며, 나이 들어 배우자를 잃고 독거하는 노인이 증가한 것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粗)혼인율은 2019년에 4.7건으로 지난 50년간 계속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인구 1000명당 이혼율을 나타내는 조이혼율은 2019년에 2.2건으로, 조혼인율(4.7건)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1인 가구는 대부분 가난하게 산다. 2018년 1인 가구의 연 소득은 2116만 원으로, 전체 가구(평균 가구원 수 2.5명)의 연 소득이 5828만 원인 것에 비하면 36.3% 정도로, 1인 가구가 훨씬 어렵게 산다. 2019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는 전체 가구를 놓고 보면 3가구 가운데 2가구가 1인 가구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장 심각한 것은, 합계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문제다. 최근 결혼해도 자녀를 적게 낳고, 또한 1인 가구를 형성하는 미혼 남녀가 급증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이었는데, 그 후 계속 떨어져 2019년에 0.92명에 이르렀고, 2020년에는 0.84명이 됐다. 출생아 수도 1970년에는 101만 명이었으나, 2019년에 30만3000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3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게 확실하다. 국가적으로 보면 인구 재앙이다.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월세나 전세 구하기가 힘들다는 등의 부동산 문제가 대두되는 것도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초월하는 상태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각종 선거에서 이들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승리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 향후 정치인들은 1인 가구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인 가구의 간편식(즉석 섭취 식품) 이용을 보면, 주 1회 이상 간편식을 구매한다는 비율이 2018년에 38.7%였으나, 2019년에는 47.7%로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간편식을 만드는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1인 가구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의 한 부분이므로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이에 관계 없이 혼자 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특히, 결혼할 나이임에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은 합계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만큼 국가적으로도 재앙이다. 따라서 혼기가 된 젊은이들에게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정책을 펴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숨져 독거노인이 된 경우에 1인 가구로 그대로 남아 있게 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피해야 할 과제다.

1인 가구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으므로 국가에서는 1인 가구의 복지, 생활 형편 등을 보살피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한다. 1인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7.3%가 월세로 살고 있는 만큼 이들의 주거대책을 세우는 것은 국가의 부동산 정책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상당히 많은 1인 가구는 외로움의 문제나 소통의 결여, 경제적 문제 등을 혼자서 부담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심하면 우울증을 앓을 수 있고, 고독사로도 직결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1인 가구를 발굴해 이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는 것도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1인 가구는 가난한 독거노인 가구와, 저소득층으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해 미래의 희망을 못 갖고 있는 청년층 1인 가구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상세히 파악해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우리 사회는 진정으로 따듯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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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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