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28일 한국뇌연구원과 국회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실이 공동 개최한 ‘뇌 연구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한국뇌연구원 ‘경쟁력 토론회’

알츠하이머병 등 정복 목표
뇌공학 제품·서비스 속속 등장

세계 100대 뇌병원중 8개 보유
국가 전략산업 육성 잠재력 커

뇌산업 연평균 37% 성장 전망
정부·업계에 투자 확대 촉구

뇌는 인체의 소우주(小宇宙)라고 불린다. 그만큼 신비하고 미지의 영역이 많은 미개척 분야라는 의미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뇌과학 선진국들은 기초 및 응용 연구와 더불어 산업화, 즉 ‘브레인테크(braintech)’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조현병 등 뇌질환 정복과 더불어 뇌의 정보를 입출력하는 브레인 업로드와 브레인 리딩(reading), 뇌에 적절한 자극을 가해 육체·정신적 능력을 강화하는 브레인 모듈레이션(뇌 조절) 등 뇌공학이 실제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서비스로 산업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뇌 연구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한국뇌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대구 본원에서 국회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실과 함께 ‘뇌 연구 활성화를 통한 국가 과학기술경쟁력 강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과기정통부 차관 등 관계, 학계, 업계 대표들이 참석해 뇌과학 기초기술 활용을 통해 블루오션인 뇌 산업을 선점하고 뇌과학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각종 제언이 소개됐다. 한국은 세계 정상급 신경과학 임상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국가 전략산업으로 브레인테크를 육성할 잠재력이 풍부한 것으로 지적됐다.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100대 뇌신경 병원 중 우리나라 병원이 8개나 포함돼 있다. 글로벌 뇌 산업은 2020년 1944억 달러에서 2028년 2조4101억 달러로 연평균 37%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시장이다. 이에 따라 뇌 연구 기초성과와 임상연구를 연결하는 중개 연구로 태동기의 기술시장을 앞서 개척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 나왔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철훈 연세대 의대 교수는 ‘뇌 원리 활용 분야의 이슈와 대응’ 주제를 놓고 “한국 뇌과학의 발전은 2007∼2020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게재 건수가 19건에서 511건으로 27배, 특허 등록 건수도 2008∼2020년 3건에서 92건으로 31배 급증하는 등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 네덜란드의 ASML사(社)가 독점적 노광(露光·lithography) 장비로 슈퍼갑으로 불리듯, 브레인테크의 압도적 기술 선점으로 초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전략적 뇌 질환 극복 전략’이란 발표를 통해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뇌신경질환 환자와 관련 의료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국내에 좋은 뇌과학 연구 결과가 많아 기초연구를 임상으로 연결하고 실제 산업화하는 중개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다른 질환에 비해 업계 투자들이 이뤄지지 않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 의료 시장은 뇌혈장벽(BBB) 통과 플랫폼 개발만으로도 나스닥 상장이 되는 등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투자의 효과성이 크다”며 “국내 연구, 디지털 마커 발굴 등을 정보기술(IT)과 접목하는 연구·개발(R&D) 분야와 전자 약은 투자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지영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 센터장은 ‘뇌 기능의 이해와 향상기술’ 주제 토론에서 “뇌라는 블랙박스를 영상으로 읽는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첨단 영상장비, 뇌와 인공지능(AI)의 상호관계 연구, 뇌로 문자를 타이핑하거나 뇌파를 해독하는 기술 등 의약 및 진단·치료, 번역과 자율주행 등 각 산업에서 뇌과학의 진입이 빨라졌다”며 “우리나라도 벌써 뇌산업 기업이 약 180개에 달하고 컴퓨터·반도체·로봇·메타버스 등 연관 산업군이 전방위적으로 확장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뇌 원리 활용 사업 현황과 가능성’이란 주제로 “뇌신경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제약의 디지털화, 즉 전자 약과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개발이 눈부시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뇌 기능을 IT 기술로 모델링하고 뇌 속 신호를 독해하는 디코딩 기술, 뇌 기능을 조절하는 뉴로 모듈레이션이 실제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뇌파로 자율주행을 하거나 선호하는 화장품을 선별하는 뉴로 마케팅도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이며 특히 손 떨림, 편두통 등 신체 증상이나 우울 장애를 개선하는 전자 약이 주목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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