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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 시집 ‘외로운…’
“위로주는 영혼의 窓 됐으면”

“나의 러브레터가 그대의 외로운 창가에 잘 당도하였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삭이는 듯한 밀어(蜜語)가 목회자의 책에 등장한다. 주인공은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소강석(사진) 새에덴교회 목사.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윤동주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최근 11번째 시집 ‘외로운 선율을 찾아서’를 펴냈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코로나로 인해 서로를 가까이할 수 없고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외롭고 고독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환기시켜주는 영혼의 창문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문학전문출판사인 시선사가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이번 시집은 ‘사군자 연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의 고전적 이미지를 넘어서 현대적 서정을 담는 시도를 해 봤다는 게 시인의 설명.

‘겨울의 눈물을 머금고／ 고독한 당신을 위해 참고 기다리다가／ 겨울의 향기를 봄의 귀로 듣게 해 주기 위해／ 고고한 선율로 찾아왔어요’(‘매화 2’ 일부) ‘숲의 기억은 흐릿해 가도／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의 아침 안개와／ 수풀을 흔드는 서늘한 바람과／ 볼을 스쳐가는 따스한 햇살을 어찌 잊겠어요’(‘난 1’ 일부) ‘새벽 찬서리에 젖어서도／ 웃고 있는 너／ 가을비처럼／ 사라져 갈 줄 알았지만／ 살아 있기에／ 외로운 사랑을 할 수밖에 없었다’(‘국화 1’ 일부) ‘겨울 눈 덮인 대숲／ 푸른 댓잎을 스치고 가는 바람만이／ 서걱서걱 거리는 오후／…／ 당신도／ 눈송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아무 말이 없습니다’(‘대나무3’ 일부)

사군자를 통해 사계절의 서정을 다 품었다. 여기서 당신은 한용운의 ‘님’과 같다. 시인과 사군자, 당신이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그리움 속에서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된다.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발문을 통해 “하나님의 ‘하’ 자도, 예수님의 ‘예’ 자 한번 나오지 않지만, 목회자로서 사군자라는 이미지와 언어를 사용해 하나님을 향한 순백의 사랑과 인간을 향한 따스한 연정을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 놓았다”고 평했다.

시집은 사군자 이외에도 다양한 매개를 등장시켜서 영혼의 창문을 두드린다. 그것은 어린 시절 ‘쑥 캐는 소녀’를 회상하는 소년의 웃음이기도 하고, ‘노을’에서 “개가 늑대로 변해가는 붉은 빛의 황야”를 떠올리는 야성의 울음소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목회자 시인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겠다는 소명의 다짐이다. ‘가지 않은 길은 길이 아니며／ 길이 없어도 걸어가면 길이 되나니／ 나를 욕하고 손가락질해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리／ 누가 나에게 돌을 던져도 그에게 꽃을 건네주고／ 나의 무덤에 침 뱉는다 해도 그 자리에도 꽃을 피우리’(‘돌과 꽃의 시’ 일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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