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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이 사과했다.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고 인정했다.

26일 14분간 진행된 사과 기자회견에서 박 사장은 두 차례 머리를 숙였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보냈고, “방송 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조된 기자회견은 부족했다. 사태의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고, 재발 방지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핵심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MBC 내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이 이번 사태의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박 사장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개편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이미 내부에서 나왔다. MBC는 지난 2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스포츠 제작 업무를 자회사 MBC플러스로 이관했다. 22명 규모였던 MBC 스포츠국 인력은 10명으로 줄었다. MBC와 MBC플러스 간 업무 조율은 원활하지 않았고, 5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올림픽 준비 경험이 전혀 없어 본사에 파견된 뒤 일주일 내내 과거 올림픽 영상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는 등 내홍도 계속됐다. 결국 무리한 인력 축소와 내홍 탓에 벌어진 ‘예견된 사고’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언론사의 핵심 기능인 데스킹과 게이트키핑 과정이 마비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박 사장 역시 “데스킹 없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는 MBC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MBC는 취재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해 언론 윤리를 위반했고, 검언유착 보도는 채널A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오보로 드러났다. 이제 진짜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 물을 때다.

안진용 문화부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