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주요 후보작들. 왼쪽부터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숀 펜 감독의 ‘플래그 데이’.

■ 올 황금종려상은 누구 품에

영화 24편 경쟁부문 이름 올라
개막작 ‘아네트’ 5분 기립박수

韓영화 경쟁부문 진출 못했지만
한재림·홍상수 작품 초청 받아
서울 등 세계 5곳선 ‘필름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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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6일 휴양의 도시 프랑스 칸에서 개막해 17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엔 ‘칸 2020’으로 공식 초청작만 선정하고 오프라인 영화제는 무산됐던 것을 감안하면 2년 만의 정상화다. 그만큼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은 칸으로 쏠려 있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가 다시 바이러스의 공포에 직면해 있으나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었을지라도 시네마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2019년 봉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과연 올해는 어떤 작품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될까.

이미지 크게보기 한국 영화 ‘비상선언’(위)과 ‘당신 얼굴 앞에서’.

◇폴 버호벤, 레오 카락스, 웨스 앤더슨 등 24편이 경쟁

경쟁부문에는 24편이 올라가 있다. 개막작이었던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를 비롯해 낯익은 얼굴의 스타 감독이 많이 포함돼 있다.

‘아네트’는 뮤지컬 영화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잘 알려진 카락스 감독이 ‘홀리 모터스’(2012)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영어 연출작이다. 스탠딩 코미디언 헨리(애덤 드라이버)와 오페라 가수 앤(마리옹 코티야르)에게 특별한 존재인 딸 아네트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개막작 상영회 후 약 5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로보캅’(1987), ‘원초적 본능’(1992), ‘쇼걸’(1995)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도 경쟁하고 있다. 17세기 실존 인물인 레즈비언 수녀 베네데타 카를리니(버지니아 에피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종교적 엄숙성에 동성애를 접목했다는 것만으로도 파격적이다.

소재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도 눈에 띈다. 앤더슨 감독은 그동안 ‘판타스틱 Mr. 폭스’(2009), ‘문라이즈 킹덤’(20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등을 통해 동화 같은 미장센을 보여줬다. 이번엔 빌 머리, 틸다 스윈턴, 프랜시스 맥도먼드, 티모테 샬라메 등 수많은 스타 배우와 함께 코미디 드라마를 만들었다.

인상파 배우 숀 펜이 연출한 ‘플래그 데이’도 있다. 딸을 부양하기 위해 위조범, 은행강도, 사기꾼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숀 펜의 실제 딸인 딜런이 출연했다.

이 밖에 ‘스포트라이트’(2015)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던 토머스 매카시 감독의 ‘스틸워터’,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베리만 아일랜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올림피아드, 파리 13구역’,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의 ‘메모리아’ 등이 두드러진다.

◇한국 장편 2편, ‘비상선언’ ‘당신 얼굴 앞에서’

올해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대신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부문,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칸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됐다. ‘비상선언’은 리얼리티 항공 재난영화라는 점에서 칸의 선택이 돋보인다. 한국 영화의 장르적 지평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출연배우인 송강호는 심사위원으로, 이병헌은 폐막식 시상자로도 이름을 올려 경쟁부문 못지않은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프레스 스크리닝, 17일 공식 스크리닝이 예정돼 있어 영화제의 후반부 열기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당신 얼굴 앞에서’는 홍 감독의 11번째 칸 진출작이다. 고층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 한 중년여성이 동생과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보여준다. 이혜영이 오랜만에 주인공을 맡아 홍 감독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와는 별개로 서울 한복판에서도 칸국제영화제가 열린다. 12∼16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펼쳐지는 ‘칸 인 더 시티’를 통해서다. 칸영화제 측은 코로나19 때문에 현지를 방문하지 못하는 영화계 관계자들을 위해 전 세계 5개 도시에 온라인과 병행해 오프라인 필름마켓을 설치했다. 서울은 베이징(北京), 멜버른, 멕시코시티, 도쿄(東京)와 함께 5대 도시에 선정됐다. 서울에선 10개 부문 1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외신들은 6일 개막식 후 일제히 ‘칸국제영화제의 귀환’을 알렸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되고 있는 현장을 소개했다. 마스크는 사라진 대신 화려한 레드카펫이 부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침 뱉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침 뱉기’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타액을 뱉어야 하는 규정을 지적한 것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