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성평등 시대 멀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최근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사 앞 기자회견
“남성 표 얻기 위해 갈등 조장”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를 다루고 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불을 붙인 가운데 여성단체들이 “정치인들이 표몰이를 위해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세연)은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대한민국 한 해 예산 550조 원 중 여가부 예산은 1조 원밖에 안 된다. 가족·청소년에게 사용하는 예산을 제하면 여성 정책에 사용되는 예산은 0.01%”라며 “여가부에 충분한 예산과 권한을 줘야 성평등 시대가 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가부가 폐지돼야 한다면 여가부가 없어도 될 정도로 평등한 세상일 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정치인들의 표몰이에 여성혐오가 또다시 이용되고 있다”며 “이들이 반여성주의 정서, 백래시(반격·사회적 소수자가 본인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를 제압하기 위한 반동적 물결)가 점차 확산하고 있는 한국 20·30대 남성의 표를 얻기 위해 여성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효진 여세연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해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라면 부동산 과열을 막지 못하는 국토교통부도 해체해야 하고, 후진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줄이지 못하는 고용노동부도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최근 여가부 폐지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열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둘 이유가 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다. 하태경 의원도 “여가부는 젠더 갈등을 부추겨왔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두 사람의 의견에 호응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