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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마스크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예측하는 것에는 국가정세의 전망뿐만 아니라 일과 교육의 형태, 그리고 소통 방식까지 포함돼 있다. ‘앞으로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화두다. 과학소설(SF) 역시 이 질문을 심심찮게 던지며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근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SF의 기능 중 하나가 ‘낯설게 하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바이러스, 감염, 비대면, 비접촉, 단절과 같은 키워드가 익숙해진 현재는 언뜻 낯설게 하기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는 점에서 위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낯설었던 것을 낯설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일 수도 있다.

특히나 ‘바이러스’라는 소재로 만들어질 수 있는 아포칼립스 배경의 좀비나 괴물이 출현하는 콘텐츠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는 것도 그렇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 마음에 깃든 어떤 위험한 호기심, 금기를 넘고자 하는 욕망일지도 모른다. 현 상황이 최악으로 간다면 벌어질 일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욕망. 설재인 작가의 ‘붉은 마스크’(아작)는 그런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소설이다.

책의 추천사 제안을 받았을 땐 거절할 생각이었다. 바이러스에 의한 아포칼립스 상황을 보는 것에 퍽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곧 바뀌었는데, 바이러스에 의한 아포칼립스라는 건 다르지 않으나 ‘마스크를 잠깐 내린 사람들이 모종의 호흡기 감염을 통해 언어를 잃고 목에 아가미가 생기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에 혹해서였다. 나에게도 어떤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만 가능하고 그곳에서만 일어나야 하는 인류의 참혹한 미래가 보고 싶어졌다.

소설 속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진화’가 일어난다. 소리를 통한 대화가 아닌 뇌파를 통한 대화가 가능해지며 인간에게는 없는 월등한 신체 능력까지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느낄 ‘왜 하필 마스크를 벗은 자가 능력을 갖게 된 거지?’라는 의문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무엇보다 아포칼립스 상황 속의 다양한 인물이 잘 표현돼 있다. 민폐 캐릭터부터 시작해 위기를 파고들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캐릭터까지. 이 소설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넷플리스 6부작. 눈앞에 보이는 생생한 풍경과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사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조금의 아쉬움까지도 완벽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은 인상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읽을 아포칼립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당당히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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