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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 왜?

한번 배출땐 200년이상 체류
한반도 숲 · 해양 흡수량 압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었음에도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대기 배경농도)는 되레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면서 현실성 있는 환경정책 수립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획기적인 탄소 저감 대책이 촉구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탄소 배출량 감축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1일 발표한 ‘2020 한반도 지구대기감시 보고서’(20주년 특별판)에 따르면 충남 태안군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 대비 2.7PPM 증가한 420.4PPM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역대 가장 높았다. 최근 10년간(2011∼2020년) 수치만 놓고 봤을 때 2011년 394.4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9년 417.7PPM까지 오른 데 이어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지속했다.

과학원은 주변에 오염원이 거의 없는 안면도와 제주 고산, 경북 울릉도·독도, 포항 등에 한반도 기본 기후변화감시망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환경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의한 인위적 오염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 상태의 오염 정도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과거부터 축적된 이산화탄소가 숲이나 해양 등 탄소 흡수원의 흡수량을 압도하면서 한반도 환경이 점점 악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로 해석된다.

애초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한반도와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모두 약 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도 줄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탄소 배출량이 줄었어도 지난해 대기 중 탄소 농도는 전년 대비 2.7PPM 증가해 지난 10년간(2010∼2019년) 평균 증가량과 같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 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200∼300년가량 체류하는 성질이 있다”며 “결국 탄소 배출량을 꾸준히 감소시켜 배경농도 증가를 멈춰야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격적이고 지속적인 탄소 저감 대책이 시급함에도 정부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원전 퇴출만을 고수하는 실정이다. 당장 전력 수급이 최고치로 전망된 올여름 전력 대란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 주범인 화력발전을 가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도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미세먼지(PM10) 농도는 안면도에서 27㎍/㎥로, 전년(39㎍/㎥)보다 감소하며 관측 이래 최저 수치를 나타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세먼지 성분 분석 결과 인위적 오염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의 저감 정책이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