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1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주 경기장인 도쿄 신국립경기장을 헬기로 촬영한 모습. 교도통신 연합뉴스

■ 도쿄올림픽 D-31… 황당 대책에 ‘불만 폭발’

자원봉사자 전원 백신 불가
코로나 감염에 무방비 노출
“안내 중 비말 감염 막으려면
마주보지 말고 옆에서” 교육
이미 8만명중 1만명 줄사퇴

“방역대책 위반한 선수 추방”
“경기장 이외에는 直行直歸”
플레이북 · 가이드라인에도
“설득력·실효성 없다” 비판

“도쿄올림픽은 현대사에서 가장 즐거움 없는 대회로 전락할 운명에 처했다.”개막을 31일 앞둔 도쿄올림픽에 대해 턴포스트(WP)는 “융통성 없는 관료주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에 대한 정부의 긴급 대응 부족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위와 같이 평가했다. 실제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지난 19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응답자의 64%가 “안전·안심 형태의 도쿄올림픽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 속에 일본 정부는 관객 상한선을 1만 명으로 정하고 도쿄(東京)도 긴급사태 해제를 선언하는 등 본격적으로 올림픽 개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일에는 선수들의 행동수칙 등을 정리한 플레이북 최종판을 발표했다. 18일부터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 이어 심판이나 관계자 등 1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도쿄도청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실행위원회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20일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일본에 입국한 우간다 선수가 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감염 위험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말 감염 막으려면 옆에 서서 안내’ 자원봉사자 교육… ‘백신 못 맞는데 목숨 걸고 봉사?’ 회의론 = “(관객이) 버스 승강장이 어디냐고 물으면 비말 감염을 피해야 하니 마주 보지 말고 옆에 서서 안내하세요.”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관련 시설인 아쿠아 마린파크가 설치된 이와키(磐城)시는 11일부터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 연수를 시작했다. 라이브 사이트 전시장 목적지를 안내하는 것 외에도 역 개표구와 버스 정류장에서 교통 안내를 하는 등 관광객을 접대하는 것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다. 교육 중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대면이 아닌 고객과 같은 방향을 향해 서서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원봉사자들은 “와주신 분들이 즐겁고 나도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에서도 자원봉사를 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 담당상은 자원봉사자 전원에게 백신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회 조직위원회의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사무총장은 이미 10일 “전원 접종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더해 자원봉사자 8만 명 중 이미 1만 명이 사퇴하는 등 ‘줄사퇴’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아사히(朝日)신문 설문조사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로 코로나19 감염 확대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답변이 83%에 달해, 추가 이탈도 예상된다.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C 씨는 “사퇴한 자원봉사자 중에는 ‘백신도 맞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봉사해야 하는 것’에 강한 의문을 느껴 그만둔 이들이 많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 ‘텔레워크 데이즈 2021’ 실시한다는 정부에 불만 폭발 = 14일 일간겐다이(日刊ゲンダイ)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기간 중 49일 동안 기업에 텔레워크(원격근무)를 요구하는 ‘텔레워크 데이즈’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총무상은 11일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경기대회를 안전·안심 대회로 만들기 위해 7월 19일부터 9월 5일까지 원격근무 집중 실시를 호소하는 ‘텔레워크 데이즈 2021’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원격근무를 하며 출근은 하지 말라면서 올림픽 때는 퍼블릭 뷰잉(사람들이 큰 전광판 앞에 모여 야외에서 하는 응원)을 위해 모이라고 하는 건 모순”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스가 내각은 올림픽 기간 원격근무를 철저하게 시행할 것을 게이단렌(經團連) 등에 요구하며 3000여 개 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도쿄 시민 사이에서는 ‘왜 올림픽을 위해 일상생활을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커지는 상황. 경제평론가 사이토 미쓰루(齊藤滿)는 “원격근무가 가능한 기업은 이미 실시 중이다. 이 이상 원격근무를 요구해도 국민은 더는 정부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올림픽 개최는 선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가 정권과 올림픽 귀족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것도 다 들켰다. 협력하는 게 바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올림픽 플레이북 ‘코로나19 대책 위반한 선수 추방’… 외국인 선수가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 15일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공개한 대회 규정집 ‘플레이북’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나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대책을 위반한 선수는 대회에서 추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벌칙 내용이나 명확한 벌금액이 제시돼 있지 않다. 이에 더해 일본의 스포츠 전문매체인 도쿄스포츠는 올림픽에 출전한 외국인 선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나가타 야스시(永田靖) 오사카(大阪)산업대 교수도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가 감염됐을 경우 손해 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 참가자들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본인 책임’이라고 명시한 동의서에 서명을 받기로 했지만, 나가타 교수는 “메달을 획득하면 국가 공무원 대우를 받는 나라도 있다.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코로나19에 감염돼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감염된) 선수가 고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돼 감염된 선수가 중증이나 사망에 이르게 되거나 집단감염이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나가타 교수는 “일각에서는 (올림픽을) 중지했을 때 배상금이 5000억(약 5조1450억 원)∼1조 엔(약 10조2900억 원) 정도라고 보는 것 같지만 (사망 혹은 집단감염 시) 배상금은 1조 엔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스가 총리는 유관중을 전제로 “상시 마스크를 하고, 큰 소리로 응원하는 것을 금지한다. (경기장 이외의 장소에 들르지 않는) ‘직행직귀(直行直歸)’가 중요하다. 조직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직행직귀’ 정책에 대해서 한 도쿄시민은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이 올림픽 관전을 위해 도쿄 경기장으로 직행한 후 경기가 끝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말이 되나. 설득력도 실효성도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