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 그대로다. 여당은 보유세 폭탄에 분노한 민심을 수용하겠다며 요란하게 세금 부담 완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확정된 것은 재산세 일부 구간 감면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2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편안’은 1주택자 재산세 감면 대상을 공시가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확대하고, 6억∼9억 원 구간 세율을 0.05%포인트 낮췄다. 또,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로 올렸다. 그러나 관심인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감면은 내부 합의조차 못했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내달 공청회를 거쳐 확정하겠다고 말했지만, 내부 강경파의 반대 기류를 감안하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특위는 종부세 부과 대상을 현행 공시가 9억 원 이상에서 ‘공시가 상위 2%’ 주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액이 아닌 비율 과세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 상위 1% 징벌적 과세로 출발했던 종부세의 편 가르기에 집착한 해괴한 발상이다. 상위 2%를 기준으로 하면 매년 기준 금액이 들쭉날쭉해져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또, 특위는 주택 매물을 유도한다며 다세대·다가구·단독 등 일반주택의 매입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전격 중단하겠다고 한다. 서민 상대의 민간 임대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 아파트 임대사업은 이미 지난해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세제 등 각종 혜택을 주며 장려했던 임대사업을 4년 만에 제 손으로 뒤집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서 “죽비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 운운했던 것과도 거리가 멀다. 송영길 대표가 종부세·재산세·양도세 등의 부담 완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아파트 환상 버리라고 했던 진선미 의원을 부동산특위 위원장에서 교체했던 것도 헛일이었다. 민심도 당 대표도 안 통하는 여당의 편 가르기 집착이 놀랍다. 1 대 99가 안 되면 2 대 98로 확대해서라도 끝까지 간다는 오기다. 보유세 폭탄은 정부가 만든 것이다. 주택 임대사업을 없앤다지만 임대사업자도 임차인도 모두 서민이다. 빗나간 대책이 서민의 주거 고통을 더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