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 제도 도입 논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상속세로 낼 수 있는 물납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삼성가(家)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시선 탓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정치권이 정부와 물밑 접촉을 활발히 하며 법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3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의 물납제 담당 간부는 삼성가에서 미술품 기증 발표를 한 28일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제도 도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물납제 도입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기획재정위원회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곧 만날 예정이다. 정부 내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협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납제는 지난해 간송문화재단이 상속세 부담으로 문화재를 경매에 내놓으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컬렉션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납제 논의도 뜨겁게 달아올랐고, 문화계는 전 문체부 장관 8명이 연명한 호소문을 통해 도입을 주장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관련 법안을 별도로 발의하며 가세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 “삼성 상속세와 관련해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비판하면서 정치권이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가에서 미술품을 대거 기증함으로써 특혜 시비가 사라졌기 때문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관련 논의에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이광재 의원실은 “미술품 시가 감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과제를 해결하며, 국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 차원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엄밀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