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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규모 상속세 12조

오늘 2조·5년간 10조 분납
배당금만으론 턱없이 부족
개인 대출·지분 매각 등 예상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계열사로부터 지급받은 배당금 수입은 모두 합해 약 1조4000억 원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유족이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배당금은 그동안 알려진 것의 절반 수준인 4000억 원대에 그쳤다. 앞으로 연간 2조 원 이상씩 부담해야 할 상속세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언론도 놀란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인 삼성 일가의 상속세 납부가 30일 시작된 가운데 재원 마련과 보유 지분 처분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파장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문화일보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보고서에 담긴 주당 배당금과 특수관계인의 주식 소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받은 배당금 수입은 약 4394억 원이었다. 이 부회장이 2170억 원,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1600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 312억 원이었다.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주로 전자·물산·SDS 등이었다. 이 회장의 지난해 배당금은 8626억 원이지만 병상에서 지급받은 배당금은 모두 상속재산으로 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족이 삼성 주요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지난 7년간 1조4122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삼성 일가가 배당금을 모두 동원하고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6회 분할 납부해도 상속세 한 회분을 감당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상속세 전체 규모도 지난해 추정했던 10조 원대보다 2조 원가량 더 늘면서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삼성 일가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제1·2금융권에서 신용대출 등을 받아서 첫 회분 마감 시한인 이날 2조 원가량의 분납분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일가가 천문학적인 수준의 상속세 감당을 위해서는 삼성생명, 삼성SDS 등의 보유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가 재계에서 나온다. 삼성은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생명은 0.06%, SDS는 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상속세가 삼성의 지배구조 약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