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이르면 다음주 시행 방침
식약처, 2개 제품 조건부 허가
가격은 개당 7000원 ~ 1만원선
도입 비용은 일단 시비로 부담

지속적·반복적인 검사 어려운
종교·유흥시설엔 도입 힘들듯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5월부터 시내 콜센터와 학원을 중심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시범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리면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방역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시범 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시 예산으로 부담한다. 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서둘러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26일 서울시, 소상공인 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콜센터, 학원 등에 자가검사키트를 시범 도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자가검사키트는 오 시장이 취임 다음 날인 지난 9일 ‘일회용 진단키트’ 도입을 주장하면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최초 정부는 자가검사키트는 검증이 안 됐다는 뜻을 견지했지만, 태도를 전향하고 지난 23일 자가검사키트 2종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애초 서울시가 요구했던 종교시설, 학교, 골목상권에 대대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파악됐다. 종교시설과 골목상권의 경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검사가 어려워 자가검사키트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가검사키트 대신 선제 이동식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도입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중으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

자가검사키트 도입 비용은 서울시에서 부담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서울시 핵심 관계자는 “시범 사업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며 “일반 자영업자가 부담하게 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커 ‘상생 방역’의 취지가 퇴색된다”고 설명했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자가검사키트는 개당 7000원∼1만 원 선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자가검사키트 도입 업종을 결정하기 위해 중대본과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시는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시범 도입 업종을 선정했다고 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쉬운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 △주기적 검사가 가능 △관련 협회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 등이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형 거리두기(상생 방역) 방안도 중대본과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콜센터나 학원은 타인의 비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3밀’ 환경이지만 매일같이 가야 한다는 점에서 자가검사키트가 꼭 필요한 곳”이라며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