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검찰이 공모해 여권 인사 비위를 캤다는 ‘채널A 사건’ 의혹이 사실상 허위로 드러난 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오는 12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키로 해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론회 사회자론 공공기관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이사가 맡고, 토론자론 현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정부·여당이 허위로 드러나고 있는 ‘채널A 사건’의 재 공론화에 앞장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언련은 오는 12일 오후 ‘채널A 검언유착 사건, 1년을 돌아보다(검언유착 의혹 쟁점과 과제)’란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는 채널A 사건을 보도한 MBC 기자가 ‘누가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가’란 주제 발표를 하고, 지난해 고발 당시 민언련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이대호 변호사가 ‘고발부터 항고까지’란 내용으로 발표를 맡는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민주당 의원과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책을 쓴 이연주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한다.

법조계에선 주제 발표자부터 토론자까지 대부분 채널A 사건 논란 때 언론·검찰의 공모 의혹을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들로 채워져 사실상 해당 사건의 재공론화를 위한 자리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채널A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까지 언론과 검찰 공모는 없었다며 한동훈(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로 의견을 모았고, 수차례 보고까지 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 이사가 토론회 사회를 맡은 것도 논란이다. 사회를 맡은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의 공공기관인 코바코 신임 비상임이사에 임명됐다. 코바코는 KBS, MBC, EBS, 종교방송, 라디오 방송 등 총 15개 지상파 매체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등 광고를 통해 방송사에 재원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 미디어정책 행정관으로 근무한 뒤 노무현재단, YWCA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민언련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까지 무혐의로 의견을 모아 허위란 점이 드러나고 있는 채널A 사건 의혹을 두고 토론회가 열리는 것은 결국 다시 공론화시키려는 의도 아니겠냐”며 “이 같은 토론회에 집권 여당인 민주당 의원은 물론 공공기관 이사까지 나서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민언련 고발 이후 검찰 수사팀은 언론과 검찰의 공모 의혹을 수사했지만, 검찰이 개입했다는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의혹 자체가 허위로 드러나고 있다. 녹취록엔 한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게 관심이 없다고 발언이 드러났고, 오히려 유착 의혹을 주장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이철 전 VIK 대표가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됐다. 지난해 채널A 사건 수사팀(당시 정진웅 부장검사팀)도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죄’로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에 대해 ‘공모’란 표현을 쓰지도 못했다. 현 수사팀도 무혐의 결재를 수차례 올린 상황이다. 오히려 최초 언론과 검찰의 유착 의혹을 주장했던 제보자X는 이 전 기자 재판에 수차례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토론회를 열어 재공론화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김경율(경제민주주의21 대표) 회계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낯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창선 정치·시사평론가도 이날 페북에 “미디어비평은 진영 이해를 넘어선 공정성·균형의 태도가 가장 요구된다”며 “사과를 해도 모자랄 사람들이 모여서 다시 한 번 불퇴전의 결의를 다지는 듯한 포스터를 접했다. 심판으로 위장한 선수의 모습과도 같다”고 꼬집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