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부정책 비판 확산
“세금만 오를 뿐 집값은 못잡아
물가 급등땐 국민들 감당 못해
국민들 조세저항 점점 커질 것”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평균 19% 인상이 발표되면서 국민 사이에서 누적된 집값 폭등 불만과 최근 파장이 확산되는 공직자 투기와 맞물려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은 부동산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실질적인 세금 부담과 생활물가와 연계돼 ‘조세저항’으로 비화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결국 ‘부(富)의 평등과 분배구조 개선’을 외치면서 한쪽만을 보고 달린 정부가 집값을 오르게 하고 내부적인 투기 비리에도 대처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금 징수 확대로 모든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면서 국민 재산만 털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시민단체 및 부동산·조세정책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발표에 대해 “세금만 더 오를 뿐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와 집값 폭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지 공시가격 인상은 세금만 인상시키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아집과 정책 공약에만 얽매인 대책만 내놓으니 국민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국민 세금을 가지고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국민의 수요가 많은 지역에 부동산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국민 사이에서 대대적인 조세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노무현 정부 때도 종합부동산세가 갑자기 너무 많이 올라 돌려주는 등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공시가격과 연계된 각종 보험료와 세금이 20여 가지가 넘는데 실제 고지서에 정말 부담스러운 숫자가 나오면 조세저항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시가격이 정말 현실화되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실질적으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세금 부담이 갑작스럽게 높아지면 이를 감당할 국민만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졸지에 ‘세금 폭탄’을 뒤집어쓰게 된 시민들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공시가격 인상 소식에 “무슨 잘못이 있어서, 내가 무슨 부자라고 20년이나 산 집에 무슨 명목으로 세금이 이렇게 폭증 하냐”며 분개했다. 다른 네티즌도 “이 정도면 사실상 세금을 뜯으려고 집값을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부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공시가격을 올려야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공시가격을 당장 2배 이상 올려 시세반영률을 8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주예·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