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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빈 주차장에서 씽씽
정신건강 유지에도 큰 도움
밀레니얼 세대 인기에 ‘품절’

1970년대 디스코 열풍으로 퍼졌던 롤러스케이트의 유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돌아왔다. Z세대들의 관심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등 롤러스케이트가 새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롤러스케이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SNS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춤을 추는 영상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한 인플루언서들도 생겨났다. 독일 베를린에 사는 대학생 오우미 잔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배우 애나 코타 등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롤러스케이트 영상을 올린 후 지난해 3∼5월 구글 내 롤러스케이트 검색량은 77% 증가했다. 롤러스케이트를 처음 접하는 Z세대나 어린 시절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이 크다. 7080세대가 롤러장에서 디스코 가수 도나 서머의 노래를 들으며 롤러스케이트를 탔다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가수 도자 캣, 두아 리파가 뉴트로 유행으로 낸 디스코 신곡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며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버킹엄 궁전을 빙빙 도는 장면도 복고 유행이 번지는 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롤러스케이트의 유행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가 있다. 롤러스케이트는 팬데믹으로 인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취미로 호응을 얻고 있다. 미 미네소타대 학생인 폴린 메종드셈메는 “롤러스케이트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됐다. 유행병이 만들어낸 무거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롤러스케이트 업체 ‘목시’ CEO인 미셸 스텔린은 “육체적, 정신적 해방이 필요한 이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롤러스케이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바깥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실내 체육관이나 요가 스튜디오에 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은 야외에서 롤러스케이트 타는 것을 선택했다. 실내 롤러장 영업이 중단됐지만 주택가와 산책로, 빈 주차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경우가 많다. 롤러스케이트를 처음 배우는 Z세대를 위한 줌 강습도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롤러스케이트는 하체 근육, 균형 감각 향상에 도움이 되며 유산소 운동으로 심장 강화에 좋다. 한 시간에 600k㎈를 소모할 수 있는 데다 재미있고 경쟁적이지 않은 스포츠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인기에 롤러스케이트 주문량이 급증해 공급 부족이 벌어진 상태다. 영국 브랜드 루키 롤러스케이트 관계자는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브랜드 임팔라의 맷 힐 CEO는 “봉쇄 기간 중 파스텔색 스케이트를 출시했는데, 첫날 매진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브랜드 목시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팬데믹 기간에 두 번째 공장을 열었다.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롤러스케이트 구매자들이 주문하고 5∼7개월이 지난 후에야 상품을 받았다며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