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프로파일러 투입해 수사
친모 자백 이끌어내는데 집중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살 여아 ‘보람이’의 죽음을 놓고 경찰 수사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친모로 밝혀진 석모(여·48) 씨가 외할머니 행세를 하며 출산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는 데다, 석 씨의 실제 외손녀 행방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해 석 씨의 자백을 이끌어 내는 데 수사의 사활을 걸었다.

1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석 씨의 자백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13일부터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흘째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 핵심은 석 씨가 친딸인 보람이를 출산한 뒤 다른 딸인 김모(22) 씨가 낳은 외손녀와 어떻게 바꿔치기 했는지다. 또 석 씨가 입을 다물고 있는 외손녀의 생존 여부와 현재 행방도 함께 규명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당초 김 씨가 6개월 전 자신의 딸로 알고 있던 보람이를 빌라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단독 범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지난달 19일 김 씨를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검사 결과가 나오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김 씨는 친모가 아니었고, 외할머니로 알고 있던 석 씨가 실제 친모로 밝혀진 것이다. 경찰이 네 차례나 DNA 검사를 추가로 했지만 모두 같은 결과였다.

경찰은 실제 친모인 석 씨가 김 씨의 출산 시기와 비슷한 2018년 3월쯤 보람이를 낳은 뒤 김 씨 몰래 자신의 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가 출신 직후 친정집에서 한 달 간 산후조리를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시기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특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석 씨는 자백을 하지 않고 있고, 보람이의 친부 역시 신원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남편과 내연남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에 대해서도 DNA 검사를 했지만 모두 친부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석 씨가 자신의 외도를 숨기기 위해 출생 시기가 비슷했던 친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한 뒤 외손녀를 유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김 씨의 친딸이자 석 씨의 실제 외손녀의 생존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