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직원 투기수법’ 들여다보니

보상기준 맞춰 구역 지분 나눠
거래 없는 맹지 웃돈주고 매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들의 ‘지분 쪼개기’ 토지매입 수법이 내부정보 없이는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토지 거래 업무에 밝은 LH 혹은 국토교통부 직원 등 미리 정보를 알지 못하면 시도하기 어려운 고의성 투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분 쪼개기’는 땅의 지분을 나눠 등기함으로써 아파트 분양권이나 대토 보상을 최대한 받기 위한 투기 수법이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일부는 대토 보상 기준에 맞춰 경기 광명·시흥 등지의 약 5000㎡의 토지를 4개 구역으로 나눠 매입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고양 창릉과 인천 계양 등 다른 3기 신도시에서도 지분 거래가 횡행했던 정황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국토부 발표 이전인 2019년 5월까지 창릉지구 일대에서 이뤄진 토지거래 1383건을 분석한 결과, 한 개 필지당 5건 이상의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거래는 총 335건이었다. 화전동의 임야(1만7455㎡)에서는 원흥지구 도면이 유출된 지 한 달 뒤인 2018년 4월 한 경매법인이 필지 지분을 매수해 3개월 만에 62명에게 나눠 판 것으로 드러났다. 진입로가 없거나 도로에서 떨어진 맹지(盲地)에 투자한 점도 이례적이다. 가치가 떨어지는 토지를 잘못 살 경우 되팔기 어렵고 팔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없어 평소엔 거래가 잘 되지 않지만 LH 직원들은 이 땅을 50% 이상의 웃돈을 주고 매입했다.

빈 땅에 묘목을 심은 수법 또한 보상기준을 숙지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LH 직원들은 지난해 2월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필지 땅을 매입해 1200㎡ 내외 4필지로 분할한 뒤 정부 발표 한 달여 전인 지난 1월 어린 서양측백나무 2000여 그루를 심었다. 한겨울에 나무를 심은 것 자체가 토지 보상과 함께 농지법 위반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나주예·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