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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산업 생태계 복원 시급

작년 극장 매출 5000억대
전년대비 70% 이상 급감

‘자산어보’ ‘서복’ ‘미나리’
빠른 개봉으로 관객몰이

상영관서 콘서트·게임 등
제작자·극장 ‘수익’ 창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너진 한국영화의 생태계를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한 해 극심한 관객 감소를 겪었던 만큼 더 늦었다가는 애써 쌓은 한국영화 산업의 위상과 기반마저 해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하고 있다. 제작자, 극장, 정부가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는 지난해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극장 매출액이 5000억 원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70% 이상 급감했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다를 게 없다. 1월 총관객 수는 약 17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약 89% 줄어들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1월 관객 수로는 역대 최저치다.

침체의 악순환을 끊어낼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불안과 무관심에 빠진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올 ‘재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어보’ ‘서복’ ‘한산: 용의 출현’ ‘인생은 아름다워’ ‘영웅’ 등 흥미롭고 규모 있는 작품들이 개봉 일정을 과감하게 앞당기는 방법이 거론된다. 지금처럼 거리두기 좌석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이 들어간 작품에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소울’이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흥행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울’은 지난 1월 20일 개봉해 40여 일간 꾸준히 흥행하며 누적 관객 196만 명을 기록했다. ‘귀멸의 칼날’도 1월 말 개봉 이후 한 달여간 하루 1만∼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어느새 100만 관객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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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포근한 봄기운과 함께 온기가 돌고 있다.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화제작 ‘미나리’가 지난 3일부터 개봉에 들어가 7일까지 닷새간 약 2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극장가에 활력을 지폈다.

이준익 감독의 흑백영화 ‘자산어보’는 31일 개봉을 확정했다. ‘자산어보’는 유배지에서 바다를 연구한 학자 정약전과 청년 어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을 발굴해온 이 감독이 ‘사도’ ‘동주’ ‘박열’ 등에 이어 내놓은 신작이다. 순수 제작비 45억 원이 투입돼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적어도 120만 관객이 들어야 하지만 제작사와 이 감독의 결단으로 생각보다 빨리 관객과 만나게 됐다. 이정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사는 “극장도 어려운데 두려워만 하지 말고 우리가 용기를 내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CJ ENM이 투자배급하는 ‘서복’(감독 이용주)도 개봉일을 4월 15일로 정했다. 다만 극장 개봉에만 그치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도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 극장 개봉만으로는 불안한 수익을 보완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다. CJ ENM 측은 “극장과 티빙에 동시에 공개하는 것은 관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개봉작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장과도 상생할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극장도 이 같은 공생과 복원에 동참하고 있다. 이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극장 3사는 2월부터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작 개봉을 유도하기 위해 상영부금 외에 추가 지원금(관객당 1000원)을 제작사에 지급한다. 이를 이달에도 계속하기로 했다.

다양한 공간 실험도 하고 있다. 상영관에 신작 대신 재개봉작, 콘서트, 코미디 공연, 게임 등 다양한 행사를 유치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달 말에는 ‘랜선투어’ 이벤트를 선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지 여행 가이드가 안내하는 명소를 보고 들으며 마치 현장을 방문한 듯한 간접 체험을 했다. CJ문화재단은 11∼21일 CGV용산에서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을 개봉한다. 이 작품은 CJ문화재단의 유튜브인 ‘아지트 라이브’를 확장해 극장형으로 선보이는 콘텐츠다. 단순히 콘서트를 실황 중계하는 게 아니라 뮤지션들의 음악과 개성을 살린 세트에서 촬영한 1시간가량의 라이브 공연과 인터뷰를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에 담았다.

정부도 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3일 CGV용산을 방문해 현장을 살핀 후 허민회 CJ CGV 대표와 기원규 롯데컬처웍스 대표, 김진선 메가박스 대표 등과 간담회를 나눴다. 황 장관은 “영화관에서는 감염사례가 안 나왔는데도 두려움 때문에 (관객들이) 못 오고 있다. 산업 자체가 무너져 영화계가 받은 타격도 크지만, 국민도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없어졌다”며 “문체부는 업종별로 그동안의 사례를 축적해 영화관, 실내체육시설의 방역지침을 각각 어떻게 할지 등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