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H 직원들이 지난 2018∼2020년 사이 과림동 등 10개 필지, 2만3028㎡(약 7000평)의 토지를 약 100억 원 상당에 투기성으로 매입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민변·참여연대, 공익감사 청구

2018년 4월 ~ 2020년 6월까지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 온 지역
변창흠 사장 재임 기간과 겹쳐

한국주택토지공사(LH) 일부 직원들이 지난달 24일 발표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에 100억 원대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됨에 따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이들 직원이 해당 토지를 매입한 시기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LH 사장 재임 기간과 일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나 변 장관도 조직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측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LH 임직원과 배우자 등 10여 명이 경기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원 10개 필지의 토지(2만3028㎡·약 7000평) 지분을 나누어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광명·시흥지구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바 있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논의 당시에도 이미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 온 지역이다.

그런데 LH 직원들이 해당 토지를 매입한 기간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임했던 2019년 4월∼2020년 12월과 시기상 일부 겹친다. 변 장관이 사전 투기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관리 책임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들 토지의 매입가격은 약 100억 원대에 이르는 데다,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액도 약 58억 원에 달한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매입 및 이를 위한 대출 실행 여부에 관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날 민변과 참여연대 발표에 따르면 광명·시흥 신도시에 토지를 매입한 직원 상당수는 LH에서 보상 업무를 취급한 인물들로, 서로 다른 시기에 2개 필지를 매입한 경우도 있고 배우자 명의로 함께 취득한 경우, 퇴직 직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취득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마치 LH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고 말했다. 분석 작업에 참여한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역시 “만일 1명의 명의자가 일치했다면 단순한 동명이인으로 볼 가능성이 있지만, 특정 지역본부 직원들이 특정 토지의 공동 소유자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배우자·지인들과 공동으로 유사한 시기에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볼 때, 잘못된 관행이 많이 있어 왔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두 단체는 해당 직원들의 사전투기 행위뿐 아니라 국토부와 LH의 관리·감독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이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전 투기행위의 경위를 전수조사하는 것은 물론, 국토부와 LH 차원에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과 전말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필요 시 감사원의 공식 수사의뢰 요청이 들어올 것”이라며 “경찰도 우선 자체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관련 사안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