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총, ‘기업 수요조사 결과’ 정부 제출… 보완책 요구

“全조문 불명확,과잉해석 우려
‘사업장에서 넘어져 사망때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나’등
불안한 기업들 질의 쏟아져…”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모든 조문에 걸쳐 적용 대상과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영계는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전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현장에서 극심한 노사갈등과 대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선·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건설·석유화학 등 업종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대재해법 관련 산업계 지원책 마련을 위한 기업 수요조사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모든 법조문이 불명확해 기업들이 이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과잉해석으로 인해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관여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책임져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한 산업재해는 전부 중대산업재해다. 사내 교통사고, 출퇴근 중 사고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한다. 경총에 따르면 이런 사고에서도 사망자가 나온다면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총에는 ‘사업장 내에서 눈길에 이동 중 넘어져 사망한 경우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가’ 등 불안해하는 기업들의 질의가 쏟아지고 있다.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환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해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기업들의 질문 중에는 ‘똑같은 화학물질을 취급한 이력이 있는 근로자 3명이 각각 다른 질병에 걸려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느냐’는 내용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주로 도급인의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도급·위탁업무에 한해 하청 근로자 사고 발생 시 원청에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은 작업 장소와 관계없이 도급인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기준으로 삼았다. 경총은 “사업장에서 필요한 장비·설비 등 제작을 위해 계약한 외부 업체, 수급인이 직접 선정해 운영되는 사업장, 원청 사업장 방문 협력사, 프랜차이즈 사업장이나 택배 회사 대리점 등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원청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법 시행 전에 징역 1년 이상(하한형)인 형량을 7년 이하(상한형)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자 범위를 1명에서 ‘1년 이내 2명’으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총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처벌 기준 등을 개정하기 위한 보완 입법 추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