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법체계 혼란 초래
범죄 대응역량 약화될 것”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친조국’ 강경파 세력을 옹호하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추진을 촉구한 데 대해 “권력 수사를 차단하는 위헌적 발상이자 형사 사법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수사·기소 분리 사례로 든 일본과 독일도 되레 검찰이 수사·기소를 함께 보유, 사실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는 수사청 도입을 추진하면 결국 중대범죄에 대한 형사 사법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범죄 대응 역량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받는 추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수사청 도입에 앞장서는 것을 두고 결국은 본인들이 연루된 각종 수사에 힘을 빼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피의자가 권력층일 경우엔 고도의 수사 역량과 함께 법률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대 범죄의 경우엔 초기 단계부터 법률전문가인 검찰이 관여하지 않으면 증거 능력이 있는 충분한 증거 확보가 어렵다. 중대범죄를 위한 특별검사팀에 수사·기소는 물론 공소유지까지 맡기는 이유다.

추 전 장관이 검찰 수사·기소 분리 사례로 언급한 일본·독일도 되레 수사와 기소를 함께 보유한다. 일본 검찰청법에 따르면 모든 사건에 대해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고, 도쿄(東京)·나고야(名古屋)·오사카(大阪) 3개 검찰청엔 특별수사부를, 나머지 검찰청엔 특별형사부를 설치해 중대범죄를 수사·기소한다. 지난해 말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하기도 했다. 독일도 각 지역 중점검찰청을 통해 부패·경제사범 등 중요 범죄를 수사한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추 전 장관 주장은 하나만 알고 열은 모르는 격”이라면서 “사법 경찰 자격으로 검사 지휘를 받으면 견제장치가 있지만, 수사지휘자는 없고 수사기관만 만들면 사법통제 장치는 완전히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이유로 든 “기소를 위한 수사”란 주장도 설득력이 낮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6대 범죄로 축소된 가운데, 이들 범죄 대부분은 국세청 등 유관 기관의 객관적 증거 수집에 따른 고발·이첩으로 개시된다.

염유섭·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