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배우 이경영이 지난해 여름 경기 시흥의 아세코밸리CC에서 ‘이경영 홀’로 지정된 7번 홀 티잉그라운드 옆에 설치된 팻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세코밸리CC 제공

■ 배우 이경영

아세코밸리CC 파3 7번홀 지정
추첨 통해 ‘무료 동반’ 선물로

40대 중반 넘어 독학으로 입문
베스트 1오버 홀인원은 없어
스크린선 베스트 7언더 고수
홀인원 3회 ‘골든벨’ 울리기도

배우 겸 탤런트 이경영(61)은 얼마 전 베트남에 다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베트남 현지에 도착해 2주간 격리 후 영화를 촬영했다. 이 영화에서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베트남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사격선수를 조련한 ‘박충건 감독’역을 맡았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선 박항서 축구감독보다 앞선 ‘원조’ 국민영웅이다. 이경영은 얼마 전 케이블 TV 사상 30%대 시청률로 공전의 히트를 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출연했다.

최근 경기 시흥의 9홀짜리 퍼블릭골프장 아세코밸리CC에서 이경영을 만났다. 그는 이 골프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이 코스 7번 홀(파3)은 ‘이경영 홀’로 지정됐다. 그린 앞과 옆에 2개의 연못을 건너야 하는 까다로운 홀이다. 이 홀에서 버디를 한 내장객은 짝수달마다 추첨을 통해 탤런트 이경영과 무료 동반라운드를 할 수 있다. 밴드 보컬 출신인 이 골프장의 김도훈 대표와 ‘일산 이웃사촌’의 인연에서 출발했다. 그는 이후 자연스레 이곳을 자주 찾았고 골프로 자주 어울리는 가수 이치현, 최성수, 박학기 등과 공유하는 ‘놀이터 겸 아지트’가 된 것. 김 대표는 클럽하우스 3층에 각종 음향시설을 설치, 간이 공연장으로 꾸몄고 그래서 즉석 미니 콘서트장이 되기도 한다.

이경영이 골프에 빠진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정직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그는 “혼자 시작해 혼자 끝내야 하는 경기인 골프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샷이 좋아졌고, 몰랐던 재미가 생겨나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엔 골프를 시간을 허비하는 운동쯤으로 여겼다. 그래서 40대 중반 넘어 뒤늦게 시작했다. 후배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기다 몇 해 지나서야 처음 골프장에 갔다. 2005년쯤 경기 포천 몽베르CC였다. 스크린골프에서는 7언더파까지 기록했던 그였지만 동반했던 친구들이 준 ‘핸디’를 전반 9홀이 끝나기 전 모두 잃었다. 이렇게 시작한 골프였지만 지난봄 경기 이천의 렉스필드 골프장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다. 라이프 베스트. 이경영은 “그날은 샷을 하고 그린에 올라가 보면 공이 핀에 근접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는 바람에 더블 보기 1개와 보기 3개, 버디 4개를 잡아냈다.

필드에서는 아직 홀인원이 없다. 하지만 스크린골프에서 3차례나 행운을 잡았다. 한 번은 120만 원을 홀인원 상금으로 받았고 옆방, 건넌방 할 것 없이 그곳에 있던 사람들 비용을 모두 내주는 ‘골든벨’을 울리기도 했다.

요즘엔 필드에 못 나가게 되자 집 근처 단골 스크린골프장에서 게임과 연습을 겸한다. 그는 스크린골프를 통해 실제 골프 연습에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스윙을 촬영한 다음 스윙을 점검하기도 한다. 그는 일만 하며 살아왔던 자신이 뒤늦게 배운 골프를 통해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진 레슨프로 한 번 만나지 않고 사실상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처음엔 공 잘 치는 친구들에게 배웠다. 때론 이상무 화백의 골프 만화를 즐겨보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요즘엔 유튜브를 통해 골프 레슨 동영상을 즐겨보는 편. 한동안 유명선수의 스윙을 무작정 따라 했는데, 차츰 스윙 메커니즘을 이해할 단계가 되자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 호주에서 시작된 ‘라이트 사이드 스윙’을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경영은 “기존의 컨벤셔널 스윙(체중 및 상·하체 이동)을 간결하게 하는 스윙법”이라면서 “펀치샷과 비슷한 느낌이고 몸통 스윙이 이뤄져 중장년층에겐 효율성이 높아 시도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프는 내겐 유일한 운동”이라면서 “이 스윙 방법을 익혔더니 드라이버 비거리가 210m 이상 나오고 갈수록 더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경영은 지금도 골프 라운드 전날엔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렌다. 그는 이런 설렘을 갖고 라운드에 쓸 골프공에 자신만의 표시를 하면서 라운드를 준비한다. 그는 “누구나 OB가 나면 화가 나지만 ‘더블’로 막으려고 노력한다”면서 “삶에서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경영은 1987년 데뷔, 올해로 연기자 생활 34년 차다. 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데, 나이를 먹고 보니 책임감의 무게가 그만큼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는 직업이지만, 골프는 취미이기에 못한다고 해서 누구한테 비난받을 이유가 없고 가까운 사람들과 즐기기만 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연기는 내가 게으르거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기에 아마 연기보다 골프를 더 오랫동안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