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강경파 - 협상파 충돌 관측
향후 레임덕 가속화 가능성도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인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은 이보다 앞서 전해진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사의 표명 사실과 맞물리며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뜻하는 레임덕의 신호탄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청와대가 17일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청와대 내부 갈등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임기 말 권력 사수 전략을 둘러싼 청와대 내부 강경파와 협상파 간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향후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검찰 고위급) 인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이견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신 수석의 사의를 둘러싸고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사들은 마치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장관의 편을 들고 민정수석을 패싱해 사표에 이르게 됐다고 썼다”며 “제 명예를 걸고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해명과 별개로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민정수석실의 김 비서관 사례와 엮이며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런 청와대 내부 갈등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권력형 비리 등과 함께 임기 말 레임덕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보통 레임덕이 시작되면 집권 여당이 말을 듣지 않고, 관료사회가 복지부동하며, 청와대 안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다”며 “이런 현상들이 쌓이고 쌓이면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임기 말 권력 누수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고자 민정수석실이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강경파’와 ‘협상파’ 간 충돌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여겨지는 이 비서관과 이번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필요성을 제시했던 신 수석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다는 갈등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 수석이)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레임덕을 의미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정치적 논쟁에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임기 말이 되니 권력 내부가 곳곳에서 무너지는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그렇게 자기들끼리 꽁꽁 뭉쳐 국민을 괴롭히던 그들 내부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이제 제어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