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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SF소설 원작
드라마 인기에 새표지 특별판 출간까지

소설 ‘기묘한 이야기’는 시리즈 프리퀄
어린 배우 열연으로 세계적인 팬덤 형성

英BBC ‘노멀 피플’로 웨이브 구독 열풍
원작자 샐리 루니 27세에 맨부커상 후보

‘브리저튼’ 줄리아 퀸의 9권 소설이 원작
美 하버드대 출신 로맨스 소설가로 유명

어지간한 인기작은 모두 섭렵한 ‘드라마 덕후’라면, 이번 연휴엔 드라마 말고 ‘책 몰아보기’는 어떨까. 아니, 세상에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데 책까지 보냐고. 그런 아우성을 잠재울 책들이니, 잠시 진정하고 읽어 달라. 드라마 보고 읽어도 재밌고, 책 읽고 드라마 보면 더 재밌는 원작 소설들을 엄선했다. 어쩌면 올 설날엔 당신 손에 스마트폰 대신 소설이 들려있을지 모른다.

넷플릭스 콘텐츠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는 ‘기묘한 이야기’. 이 시리즈를 봤어도, 안 봤어도 좋다. 소설 ‘기묘한 이야기-최초의 의심’(나무옆의자)은 시리즈 ‘프리퀄’(선행하는 사건을 다룬 속편)로, 드라마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작가 그웬다 본드가, 시리즈 전체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전사(前事)다. 2016년 첫선을 보인 후, 2019년에 시즌 3까지 나왔으며, 오는 9월 시즌 4의 공개가 확정됐다.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초반 인디애나주의 작은 마을 호킨스를 배경으로,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인 10대들이 주축이 돼 괴생명체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이야기다. 어린 배우들이 펼치는 열연으로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프리퀄은 드라마보다 앞선 1960년대 말∼1970년대 초반,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소녀 일레븐의 엄마의 감춰진 이야기가 나온다. 프리퀄을 보고 나면, 시리즈 ‘정주행’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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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다른 영웅이 있다. 기이한 능력과 엉뚱한 성격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은 ‘기묘한 이야기’의 어린이들 못지않게 사랑스럽다. 정유미, 남주혁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의 원작은 정세랑 작가의 과학소설(SF)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이다. 사람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알록달록한 ‘젤리 유령’을 볼 줄 아는 안은영이 각종 요괴를 물리치며 학교를 둘러싼 비리와 음모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5년 출간된 소설은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새 표지를 입힌 특별판을 출시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20만 부가 판매됐다.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나며, 시즌 2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궁금하면, 미리 소설로.

넷플릭스 천하에, 또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구독 열풍을 일으킨 BBC 드라마 ‘노멀 피플’은 27세의 나이에 세계적 문학상인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된 샐리 루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에선 소설 ‘노멀 피플’(아르테)이 먼저 두꺼운 팬층을 확보했는데,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드라마 어디에서 보나요?’라며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OTT 관련 문의를 하는 등의 해프닝도 있었다. 소설은 밀레니얼 세대의 불안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10대 시절에 만난 두 남녀가 서로의 삶을 구원하며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다. 쓸쓸하면서도 서정적인 드라마의 분위기와 닮은 듯 다른, 텍스트로만 접할 수 있는 샐리 루니의 남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의 특별판 표지와 ‘공작의 여인’ 영문판, 프리퀄 ‘기묘한 이야기’, ‘퀸스 갬빗’과 ‘노멀 피플’의 영문판, ‘에놀라 홈즈’의 한국어판 표지.

남성 중심 사회에 반기를 들고, 억압된 여성상을 전복시키는 이야기, 영화 ‘에놀라 홈즈’는 낸시 스프링어의 소설 ‘에놀라 홈즈’가 원작이다.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가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겪는 좌충우돌 모험담이자 미스터리 탐정 소설이다. 기상천외한 추리 스타일과 과감한 성격, 셜록을 닮아 논리적이지만 셜록보다 뛰어난 공감능력 등 영화 한 편엔 다 담을 수 없었던 에놀라의 ‘걸크러시’ 매력은 북레시피에서 출간한 책 시리즈로 만나 볼 수 있다. ‘사라진 후작’ ‘왼손잡이 숙녀’ ‘집시여 안녕’ 등 총 6부작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 역으로 스타 덤에 오른 밀리 바비 브라운이 에놀라로 분해 전작과 달리 활달하고 명랑한 매력을 발산한다. 홈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 여성에게 냉혹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여자 탐정’이라는 설정 등으로 화제가 됐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소설의 재미에 훨씬 못 미친다.

드라마 ‘브리저튼(Bridgerton)’의 원작 브리저튼 시리즈는 미국 하버드대 출신 로맨스 소설가로 유명한 줄리아 퀸의 작품이다. 외전 1권을 포함해 총 9권으로 이뤄졌다. 브리저튼이 8명 아이의 이름을 A부터 H까지 알파벳 순서로 지었는데, 소설도 앤서니(A) 베네딕트(B) 콜린(C) 다프네(D) 엘로이즈(E) 프란체스카(F) 그레고리(G) 히아신스(H) 순으로 이어가다 외전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드라마 첫 번째 시리즈는 다프네 이야기인 ‘공작의 여인’(The Duke and I)을 토대로 했다. 소설을 통해 앞으로 나올 후속 시리즈의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과거 신영미디어가 그레고리 편과 외전을 제외한 7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했으나, 일부는 절판됐고 현재는 e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펭귄 블룸(Penguin Bloom)’은 같은 이름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는데, 한국에도 북라이프에서 번역서가 나와 있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장애가 됐다가 자신처럼 다친 까치 ‘펭귄’을 만나 삶의 활력을 되찾은 주인공 샘 블룸의 남편인 캐머런 블룸이 공동 저자다. 주인공의 가족이자 또 다른 주인공이 저자로 참여한 만큼 보다 내밀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더 디그(The Dig)’와 드라마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도 각각 존 프레스턴, 월터 테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들은 아직 국내 번역서가 나와 있지 않지만, 온라인서점을 통해 원서를 구해 볼 수 있다.

박동미·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