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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남성 육아휴직 장려

엄마의 경력단절 기간 줄이고
아이와 친밀감 형성 등 장점에도
회사 눈치 보거나 대체인력 부족

소득대체율도 32.0% 그쳐
정부 “육아휴직 부모 모두에
각각 3개월간 월 300만원 지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가 현실화되면서 출산대책의 근본적인 사회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출산은 물론 주거·교육·취업 등 오랜 시간 역사와 문화에 따라 굳어진 경쟁 사회 구조를 ‘아이 낳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확대에 대한 정책이 그 과정으로 평가된다.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통해 일 쏠림에서 벗어나 영아기만큼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육아휴직이 당연한 문화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일보는 2회에 걸쳐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제안해본다.

인구감소는 사회·경제·구조·가치관의 총체적 결과다. 결혼과 출산, 가족 등 삶의 양식을 둘러싼 시대 변화와 청년 가치관의 변화가 원인인 만큼 이를 반영한 삶의 질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여건 조성’에 방점을 뒀다.

일하는 것을 전제로 생애를 기획하는 청년층을 위해,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여건 조성에 집중해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여전히 눈치 보는 남성 ‘육휴’ = 전반적으로 육아휴직이 증가하는 분위기는 형성됐지만, 육아휴직 신청자는 여성에게 국한되고 있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비율은 2019년 기준 19.9%다. 2010년 2.7%에 그치던 비중에 비하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 5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조차도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양극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 등은 육아휴직 제도권 내에 있지만 회사 눈치를 살피거나, 대체인력이 없어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남성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가 눈치를 줘서” “대체인력이 없어서”라는 설문 조사는 수없이 나와 있다.

경제적 요인도 크다. 실제로 남성 육아휴직을 막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문제다. 2018년 기준으로 남성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은 한국의 경우 32.0%에 그친다. 휴직 기간 기준에 차이가 있지만, 노르웨이는 10.0주에 97.9%의 소득대체율을 보였으며, 오스트리아는 8.7주에 80.0%, 스웨덴 12.9주 77.6%, 독일 8.7주 65.0% 등이다.

◇남성 육휴, 할 수만 있으면 효과↑ = 남성 육아휴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자녀와 친밀해지고,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육아의 어려움을 체감했다는 응답이 90% 이상에 달했다. 육아휴직이 남성 근로자의 일·가족 양립에 대한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선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가 2006년 3만8000명에서 2015년 6만 명으로 늘었는데, 이로 인해 출생아 수가 7%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아버지 휴가 할당제 도입으로 아버지의 참여율이 32%포인트 증가했다. 또 남성 육아휴직은 아버지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엄마의 경력단절 기간을 단축하며 근무시간을 늘리고,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를 개선한다는 연구논문도 나왔다. 국내에서도 롯데그룹이 시행한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에 대해 배우자를 상대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이 육아에 실질적인 도움(91%) △육아휴직 전후 가사분담 시간 일평균 2.4배로 증가 △향후 자녀 계획에 긍정적 영향(89%) 등의 성과를 나타냈다.

◇보편적 육아휴직 확립 목표 = 정부는 육아휴직 확대를 위해 4차 기본계획에서 ‘3+3 부모공동 육아휴직’을 추진한다. 만 0세 이하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사용 시, 각각 3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최대 월 300만 원(통상임금 100%) 지원하는 제도다.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80%(상한 150만 원)로 인상(현행 50%, 120만 원)해 휴직 시 소득 감소도 완화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기업에도 육아휴직 지원금을 3개월간 월 200만 원 지원하고,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 공백과 비용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육아휴직 이용률을 현재보다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남녀가 함께 돌보는 사회, 가족을 위한 돌봄이 인정받는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