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포퓰리즘 정책 경쟁
전문가 “세부 재정대책은 없어”

여야 정치권이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정 소요조차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채 천문학적 돈이 필요한 공약을 마구잡이로 쏟아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민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밝힌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영업제한 손실보상제 도입 △협력이익공유제 시행을 위한 세제 지원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정부 출연 △아동수당 만 18세로 확대 △전 국민 상병수당 △온종일 돌봄 40% 상향 조정 등을 위한 재원 규모가 향후 10년간 수백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예산안의 우리나라 총지출은 558조 원이며, 총수입은 482조6000억 원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고위 관계자는 “세부 내용도 없이 정책이 발표됐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정확한 재정 소요를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향후 10년간 필요한 규모만 추정해도 수백조 원에 달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야당인 국민의힘도 포퓰리즘 대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 1일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가덕도와 일본 규슈(九州)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코로나 손실보상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자영업자·소상공인 ‘긴급생존자금’ 지원 등을 약속했다.

특히 이 대표는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도 없이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며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추경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1분기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화됐다. 2년 연속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8~1999년이 유일하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