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전문가 등 잇단 목소리

“中企 사고땐 문닫으라는 것
예방 중심으로 법안 개정을”

여당이 강행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을 ‘산업 재해 예방 중심’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통합해 재개정해야 한다는 권고안도 나오고 있다.

20일 재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입법이 진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내용이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사고 예방 중심으로 법안이 더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고 발생 시 회사 대표와 경영진의 인신을 구속하게 돼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사실상 기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고 한 번 나면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상황으로, 사고 예방 조치보다 처벌 위주의 법안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사고 예방이나 산업 안전 점검을 정부가 지원해 개선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개정돼야 하며, 이를 위해 예방과 제재라는 단계적 절차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이날 개최하는 ‘바른사회 Meet 콘서트’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와 해법’ 주제강연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을 허술한 졸속법안으로 규정했다. 전 교수는 “중대재해 발생 처벌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법인은 벌금까지 내야 해 이중처벌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배된다”며 “중대재해 책임을 국가가 아닌 국민에게 전가하는 인기영합주의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고 발생 시 산업·중대재해 예방과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중 어느 법에 근거해 처벌을 판단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며 “선진국 입법례를 참조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개정해야 하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안법을 통일해 단일 법률로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안 폐기가 안 된다면 형량이나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는 형량의 상한선이 없지만 산안법은 상한선이 지정돼 있어, 중대재해처벌법도 산안법에 맞춰 형량의 상한선을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환·김온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