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호승 청 경제수석

마지막까지 내부 인사 발탁
집권 후반기 정책 전환보다
정책 이해도 뛰어난 유영민
비서실장 기용해 성과 고삐

문재인 대통령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빨리 대통령비서실장과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에 나선 것은 빠른 인적 쇄신으로 새로운 청와대 진용을 갖춘 뒤 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권 후반기 정책 기조의 전환보다는 그간 추진해 온 정책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있던 인사를 재차 기용하며 좁은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 기조의 전환이나 획기적인 인사 없이는 쇄신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31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발탁에는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책임질 정도의 신뢰와 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책에 대한 감각도 있는 인사를 복합적으로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2012년 직접 발탁한 유 전 장관은 기업인 출신으로 4차 산업혁명, 한국판 뉴딜 등 집권 후반기 집중적으로 추진할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면서도 정치인 못지않은 정무감각을 갖고 있다는 게 여권 인사의 공통된 평가다. 민정수석에 검사 출신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기용한 것은 그간 검사 출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민정수석실 운영의 난맥상에 대한 평가도 깔려 있다. 검찰개혁의 전면에는 비(非)검찰, 판사 출신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명자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지명자를 내세우되,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신 전 실장이 후방에서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실장에도 이호승 경제수석 등 문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경제 관료들이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정책실장은 3차 재난지원금 집행 등 시급한 현안을 김상조 실장이 마무리한 뒤 교체될 것”이라며 “이 수석의 승진 기용이 유력하지만 복수의 후보군이 경합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마지막 청와대 인사에서도 내부 인사 발탁 기조가 이어지며 좁은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과감한 인재 발탁 혹은 최측근 전면 기용을 통한 책임 정치, 이도 저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유 전 장관의 기용으로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의 터널에 들어선 문 대통령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책 기조의 전환, 보다 과감한 인적 쇄신 작업 없이는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의 동력을 다시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