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일 서울 강서구의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 서울병원 조혈모세포이식실에 설치된 면회복도에서 급성백혈병 환자 박모(62·왼쪽) 씨가 인터폰을 통해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화의료원 제공

이대서울병원 조혈모세포이식실 가동 … 수술성공 환자 호평

무균실서 지내는 3 ~ 4주간
창 너머 보호자 면회 가능

최첨단 양압격리시설 등 갖춰
공기 중 감염으로부터 안전

병실 모니터 통해 실시간 관찰
혈액암 환자 전문 간호사 배치

“의료진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외롭지 않은 환경이 제공된 덕에 감사히 치료를 받았습니다.”

박모(62) 씨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1일 서울 강서구의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 서울병원의 조혈모세포이식실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다. 박 씨는 지난달 11일 새로 문을 연 이대서울병원 조혈모세포이식실에서 골수이식을 진행한 첫 환자다.

처음 내원 당시 심한 폐렴이 있는 상태에서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박 씨는 골수이식 수술을 진행해야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탓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박 씨의 아들과 이대서울병원의 노력으로 많은 독지가, 원내 불우환자 치료비 지원 체계 등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끝마치고, 현재는 퇴원을 앞두고 있다. 박 씨는 “의료진이 찾아와 ‘좋은 세상인데 꼭 치료받고 잘 사시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잘 보살펴주신 덕에 수술을 잘 받았다”며 “정말 감사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씨의 치료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것은 수도권의 웬만한 대학병원에서도 갖추고 있지 않은 ‘면회복도’였다. 골수이식을 진행하는 환자들은 보통 3∼4주 동안 외부와의 접촉 없이 멸균 상태로 홀로 병실에서 지내게 된다. 이 기간이 환자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매우 커서 치료 경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대서울병원은 설계 당시부터 골수이식 환자의 면회가 가능토록 면회복도를 포함한 조혈모세포이식실의 설치를 고려했다. 면회객은 의료진과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일렬로 설치된 병실의 뒤쪽으로 입장할 수 있으며, 이후 큰 창을 통해 환자와 면회객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 병실과 면회복도에 각각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대화도 가능하다. 1일 박 씨와 기자의 대화도 이 면회복도를 통해 진행됐다. 박 씨는 “홀로 병실에 있었지만 가족들이 찾아와 대화할 수 있어서 외롭지 않게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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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사진) 이대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새로운 조혈모세포이식실의 첫 환자인 박 씨 치료가 무사히 진행돼 다행”이라며 “현재는 4개 병상을 오픈해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 설치된 8개 병상을 모두 활용해 골수이식 등 혈액암 치료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대서울병원 조혈모세포이식실은 면회 시설뿐만 아니라 최첨단의 양압격리시설과 헤파필터를 설치해 환자들을 공기 중 감염으로부터도 보호하고 있다.

환자들이 사용하는 물도 정수된 필터를 통해 공급된다. 환자들의 상태는 각 병실마다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일 서울 강서구의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 서울병원 내 조혈모세포이식실 입구의 모습. 입원 환자의 각종 감염 관리와 치료를 위한 최첨단 설비가 갖춰져 있다. 이화의료원 제공

환자들이 곰팡이(진균) 감염으로부터 매우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 교수는 “골수이식 환자 중 대략 10% 정도는 치료 과정에서 폐 진균감염증을 겪는데, 면역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에서 설비가 오래된 병원의 경우 환기시설 등에 간혹 존재하는 진균에 감염되는 탓”이라며 “이대서울병원은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는 공간이 무균 또는 준무균실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혈액암 환자 진료를 시작한 지 8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조혈모세포이식실을 포함해 병원 내에서 아직까지 폐 진균감염증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의 치료에 최적화된 환경뿐만 아니라 혈액암 환자 진료에 특화된 전문 간호사들과 병동 간호사들도 투입돼 24시간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대서울병원은 이 같은 전문적인 환경 조성을 통해 조혈모세포이식 특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대서울병원은 모든 의료진이 교수급 이상의 전문의로 구성돼 있고 1차 진료부터 고난도 수술까지 교수들이 직접 담당해 환자들이 불필요한 검사나 진료의 지연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갖췄다”며 “혈액암을 비롯한 많은 어려운 질환이 병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만큼 신생병원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환자들의 문제를 신속·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으로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