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제도적인 논의 실종
인적청산 하느라 중립성 훼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이 가속화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본질이 훼손되고 인적청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개혁의 핵심으로 강조했던 정권이 오히려 권력을 향한 수사를 펼친 윤 총장과 검사들을 찍어내기 식으로 압박한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은 초반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적인 면을 보였으나 윤 총장이 권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인적청산으로 방향이 옮겨졌다”며 “검찰개혁이 진정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정권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을 믿지 못하니 제도를 바꾸는 것인데, 현 정부는 원하는 사람을 요직에 앉혀 개혁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제도적인 사안이 입법 과정을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달 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됐고, 이후 정부·여당이 언급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윤 총장과 주변 측근들에 대한 인적청산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