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왼쪽이 고인, 오른쪽이 필자.

공도원(1972∼2008)

날이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형이 있는 그곳은 이곳과 달리 따뜻한가요? 내 나이 25세, 대학생 때 처음 만났던 형을 떠올리다 보면 가슴 한쪽이 겨울바람처럼 시려 옵니다. 형은 뭐가 그리 급해서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갔는지….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이 한창일 때 오토바이크 동호회에서 처음 도원 형을 만났습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새내기 회원들이 무슨 돈이 있냐며 본인의 사비를 털어 우리 회비를 대신 내주던 따뜻한 형. 형은 동호회 시솝이었고, 나는 부시솝이 돼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날 정도로 형과의 끈끈한 인연을 쌓아갔습니다.

남자들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오토바이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도로 위를 자유롭게 달리고 싶던 마음에 오토바이도 없이 동호회에 가입했죠. 형은 ‘올바른 이륜차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며 동호회 형님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분당 탄천 옆 공터에서 라이딩 스쿨을 진행하며 우리에게 멋진 오토바이들을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철없는 폭주족이나 헬멧도 안 쓰고 배달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훈계도 하며 때로는 자신의 헬멧을 벗어 주기도 했습니다. 형은 나에게도 신상 헬멧을 선물해 주었는데, 어느 날 함께 강원도 투어를 다녀오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헬멧 덕분에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때 형은 헬멧을 아스팔트 바닥에 집어 던져 박살을 냈습니다. 아까워하던 저에게 “한번 사고가 난 헬멧은 충격흡수가 안 된다”며 혹시라도 내가 또 그 헬멧을 쓸까 봐 걱정돼 그랬던 모습에 형의 진심 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와이프, 당시 여자친구가 형에게 아는 언니를 소개시켜 주었는데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다 몇 개월 만에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날짜를 잡다 보니 제 결혼식 1주일 전에 형이 식을 올리게 되는 인연도 있었죠.

그 뒤로도 즐거운 일이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 많을 줄만 알았는데 형은 12년 전 36세의 젊은 나이로 형수님과 두 아이를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어느 날 형의 휴대전화 번호로 부고가 왔길래 장난인 줄 알았는데 형 친구분이 전화로 부고 소식을 알려준 것이더군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고 돌아왔는데 늘 괴짜 같던 사람이라 한동안은 어디선가 다시 짠∼ 하고 나타날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도 길에서 바이크를 타고 신나게 지나가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 형이 생각납니다. 형이 살아 있었다면 은퇴한 후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함께 전국 일주하자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면서 즐거워하지 않았을까요. 형수님께는 미안해서 그 뒤로 연락도 못 했네요. 두 아이는 이제 성년이 됐을 텐데… 형 닮아 잘 컸겠지요. 하늘에서도 아이들 오래오래 지켜봐 주세요. 함께해준 시간들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후배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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