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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를 다 갖춘다는 의미의 ‘갖은’은 받아쓰기가 영 고약하다. 동사 ‘갖다’가 있지만, 오늘날에는 ‘가지다’의 준말로 주로 쓰이니 ‘가진’으로 쓰고 싶은 유혹이 든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여러 가지 양념을 골고루 활용해 ‘갖은 양념’을 쓰지만 잘 모르는 젊은이들은 가지고 있는 양념을 몽땅 털어 넣는 ‘가진 양념’을 쓴다. ‘갖은 고생’을 감안하면 이리 잘못 쓸 일이 없겠지만 ‘갖은 수단’도 가능하니 이를 ‘가진 수단’으로 바꿔 쓰고 싶을 법도 하다.

양념은 음식 맛을 돋우기 위해 쓰는 기름, 깨소금, 파, 마늘, 간장, 소금, 설탕 등을 가리킨다. 이와 비슷하면서 다른 것이 향신료(香辛料)인데 한자 뜻 그대로 음식에 매운맛이나 향을 더하는 고추, 후추, 생강, 겨자 등을 가리킨다. 엄밀하게는 양념과 향신료가 구별되지만, 실제 용법에서는 겹치는 면이 있다. 그래도 양념은 우리 음식에 어울릴 듯하고 향신료는 중국이나 동남아 음식에 어울릴 듯한 느낌을 준다.

한자를 좋아하는 이들은 ‘양념’의 어원을 ‘약념(藥念)’에서 찾고 싶어 한다. 한자를 풀이하면 ‘약을 생각한다’ 정도의 뜻이다. 한약재도 자연의 풀과 나무에서 채취하고 양념 또한 그러니 그럴듯해 보이지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옛 문헌에 양념이 나타나지 않아 어원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고명’이나 ‘꾸미’와 함께 쓰인다.

그런데 왜 하필 갖은 양념일까? 요리사에게 양념이나 향신료는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 갖은 양념을 잔뜩 넣어 요리했다면 그 실력뿐만 아니라 맛도 기대하기 어렵다. 양념과 향신료가 듬뿍 들어갔다면 재료가 맛이 없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날씨가 너무 덥거나 습해 음식이 변하는 것을 향신료로 막아야 해서일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쓰는 양념은 소금이다. 월급 대신 주었을 정도로 귀한 소금이지만 요즘은 남용돼 문제다. 갖은 양념을 음식에 모두 넣기보다는 맛을 돋울 만큼만 넣는 게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