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대째 바다를 지켜온 최영섭 한국해양소년단 고문 가족이 2016년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에서 조국 해양수호를 결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둘째 아들 최재형 감사원장, 최 감사원장 아들 최영진 이병, 최 고문, 첫째 아들 최재신 전 고려개발사장. 해군 제공

오늘 해군창설 75주년…‘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 고문

최재형 감사원장이 둘째 아들
“야권서 대통령 후보 거론하는데
절대로 나서지 말라고 당부 해
공직자는 나라 위해 일하면 돼

4代 모이면 애국가 4절까지 불러
안보강연 하는게 가족 연례행사”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3대에 걸쳐 무력으로 적화통일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비하려면 힘을 길러야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도 하지 않고, 북한 눈치만 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11일 해군 창설 75주년을 맞아 기념식 행사 참석차 1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군항을 찾은 ‘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92) 한국해양소년단 고문.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하자 휴대전화 연결음을 통해 ‘해군가(歌)’가 울려 퍼졌다. 최 고문은 “우리가 행복하려면 울타리가 든든해야 한다. 그 울타리가 바로 국가다. 조국이 준 군복과 총을 들고 지킬 나라가 있다는 게 행복이다. 온 국민의 힘으로 지켜낸 나라를 영원히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해군 창설 75주년을 맞은 감회를 이같이 말했다. 최 고문은 “70년 전 생사를 넘나들며 부산을 구해 낸 대한해협해전 기억이 지금도 파노라마처럼 생생하다”며 “긴 세월을 되돌아볼 때, 조국 대한민국과 해군의 품 안에서 보람있게 살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99년 연평해전이 일어났을 때 일화를 소개했다. “장병들의 사기가 걱정돼서 둘째 애(최재형 감사원장)를 데리고 격려차 수박 30개를 사 들고 인천 제2함대를 방문했는데, 제자인 2함대 사령관이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사냥개들의 끈을 잡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서 여기가 뚫리면 부산 앞바다까지 무너진다고 한마디하고 왔다”고 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 부친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그는 야권에서 최 감사원장을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 감사원장한테) 피해를 줄까봐 조심스럽다”고 거듭 언급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로 나서지 말라고 했어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하면 되지, 공직자는 그저 국가를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최 고문은 “전쟁이 끝났으니 미군이 필요 없어 철수해도 된다는 얘긴데 그렇게 되면 나라 망하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폄훼하고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1947년 월남해 해군사관학교 3기로 입대한 최 고문은 1950년 2월 해군 소위로 임관해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의 갑판사관으로 6·25전쟁 당시 대한해협해전에 참전, 부산에 침투하려던 북한군 선박을 격침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그는 6·25전쟁 기간 내내 함정에 근무하며 대한해협해전뿐만 아니라 인천상륙작전 등 해군의 주요 작전에 참가해 승리한 공로로 금성충무무공훈장 등 무공훈장 4개를 수훈하고 1968년 대령으로 전역했다.

최 고문 집안은 3대째 바다를 지킨 ‘병역 명문가’다. 그의 두 동생도 각각 해병대 대령과 해군 중사로 군 복무를 마쳤다. 네 아들도 모두 군 장교로 복무했다. 첫째 아들인 최재신(67) 전 고려개발사장은 해군 대위, 둘째 최재형(64) 감사원장은 육군 중위, 셋째 최재민(62) 소아병원장은 공군 대위, 넷째 최재완(53) 광주대 교수는 육군 소위 출신이다.

그는 지난 5일 학교와 군부대에서 안보 강연을 하고 모은 3000만 원을 해군 전사·순직자 자녀를 돕는 데 써달라며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에게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적은 금액이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자녀를 위로하고 해군 발전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장학금을 내놨다고 했다. 지난 2018년에도 3000만 원을 해군에 기부했다.

최 고문은 최 감사원장이 경기고교 시절부터 서울대 법대 4년과 사법연수원 2년을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어서 함께 등·하교했던 일에 대해서도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 아들 집에서 살고 있으니 땅 한 평, 모아 둔 돈도 한 푼 없어요. 무소유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지요. 하하.”

설날에는 모두 39명인 4대가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다. “‘부대’가 모이면 반드시 하는 행사가 있어요.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그리고 애국가 4절까지 부르고, 안보 강연을 한두 시간 하지요. 해마다 하는 연례행사입니다. 안보관과 국가관이 투철해야 해요.” 인터뷰가 끝나자 최 고문은 기자에게 “필승!”이라며 힘찬 목소리로 인사말을 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