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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 대권 위해 사임 가능성

“100년뒤 ‘균’ 항렬서 복 날 것”
집안 先代 이야기에 정치 결심

8일로 취임 300일을 맞은 정세균(사진) 국무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총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핵심 분야의 참모진을 보강하는 등 차기 대권 주자 행보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구도로 굳어가던 여권 차기 대선 경쟁 구도가 정 총리 ‘등판’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유죄 판결로 마땅한 지지후보를 찾지 못하는 친문(친문재인) 그룹이 정 총리에게 눈길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 총리 집안에서는 조상의 묘터 등과 관련해 여러가지 일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정 총리는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해 분명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 구도와 관련, 지난 8월에만 해도 “아직 나설 일이 아니라 생각해 자제 중”이라고 했던 그였다. 그러나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3일 열린 제91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국민이 이 땅에 태어나서 인생을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삶이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국민의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연설했다. 이를 두고선 ‘흡사 대선 출정 선언 같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보건·의료, 그린 뉴딜, 국민소통 등 핵심 분야의 정책 자문단을 꾸리자 ‘대권 정책 구상의 신호탄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 1월 14일 취임 이후 일주일 만에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마스크 5부제나 생활치료센터 도입 같은 정책을 내고 줄곧 ‘코로나 총리’로 현장을 다닌 것에 비하면 훨씬 보폭이 커진 것이다.

총리실은 “최근 일정이나 발언들은 대권 행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 총리는 본인의 임기가 1년을 넘기고, 후임 총리의 임기 역시 최소 1년을 보장하게 되는 내년 2∼3월쯤 대권 도전을 위해 사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 총리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하굣길에 ‘장관이 될 상’이란 관상가의 말을 듣고 나서 정치인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곧잘 소개한다. 고향인 전북 진안군 천반산 정상의 ‘금준옥배형(금으로 된 술통에 옥으로 된 술잔 모양)’ 명당에 모신 참판 출신 조상 묘 이야기도 정 총리가 큰 정치인의 꿈을 품는 계기가 됐다. 이장하려던 정 총리 조상 묘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피어나는 걸 보고 다시 덮었고, 그 이후에 ‘100년 뒤 ‘균(均)’자 항렬 대에서 복이 날 것’이라는 말이 선대로부터 내려온다는 일화도 있다. 정 총리는 부친으로부터 이런 일화와 함께 “너희 대에서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 “큰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