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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송현우에게

직업에 귀천이 분명 존재하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받아들이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실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속칭 ‘SKY’를 나와 관료나 전문직을 해야 인정받는 때, 지방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취업해 성실히 직장생활 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그간 지방에서 자립해 고독을 경험해본 것만으로도 네가 충분히 성장했다고 믿었는데 거기에 더해 스스로 할 일을 찾은 것을 보면서 더욱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불경기와 취업난을 걱정하던 차에 네가 구직을 했을 때, 부모로서 깊은 고마움을 느꼈단다. 20여 년을 기르고 가르친 자식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모든 부모가 그렇듯 뿌듯했고,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들이 하는 일이 다분히 단순하고 힘든 일로 보이지만, 아빠는 네가 하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한단다. 그 가치는 스스로가 인정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며, 세상 어떤 일도 생각 여부에 귀천이 갈리는 것이니 현재 일을 중히 여기고 자신을 믿으면 시간이 많은 것을 가져다준단다.

모든 사람이 관료나 전문직이 될 수는 없는 일이고, 그 권력과 전문성으로 세상 모두를 가질 수 없음은 작금 우리 사회를 보면 실감할 것이라 믿는다(아직은 부족하지만). 성실하게 살면 누구나 과실을 가져갈 수 있는 공정 사회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고 믿는다. 공정과 비공정은 잣대의 문제이지 절대 선은 아님을 아빠가 살아보니 알겠더라. (문득, ‘테스∼형’ 가사가 생각난다)

적지만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숫자에 행복해하고 희망을 키우는 너를 보면서 30년 직장생활의 마무리 단계인 아빠는 묘한 유전적 전이감과 함께 옛 생각이 난다. 아빠도 너처럼 힘들고 단순한 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내가 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인생은 복리라고 믿은 게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힘이기도 하다. 복리의 마법은 은행에만 있지 않고 우리가 사는 많은 곳에 존재하며 그 과실은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네가 통장을 보면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누구에게나 정당한 대가가 따르고, 모든 인간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헬조선’ ‘영끌’. 부정 언어에 앞서 내 직업과 일을 사랑하고 나로 인해 세상이 편해지고 잘 돌아간다고 믿으며 스스로 존재감을 갖자. 힘든 하루를 마친 퇴근길,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에 모든 가치를 얹어 보자.

아빠 송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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