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박원순·오거돈 귀책사유에도
당헌의 ‘무공천 약속’ 뒤집기

주호영 “천심의 벌 두렵지 않나”

더불어민주당이 당헌의 ‘무공천 약속’을 깨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하면서 174석 거대 여당의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부산시장을 야당에 내주면 2022년 대선에서 불리해진다는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인데, 야당과 전문가들은 “국민을 무시하는 뻔뻔한 행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민주당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당헌 개정을 위해 민주당 전 당원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가 진행된다. 민주당 당헌 96조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지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은 여기에 단서 문구를 넣어 전 당원 투표를 거친 경우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두 지역 선거는 모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여당 소속 지자체장의 추문 때문에 열린다는 점에서 국민과의 약속이나 마찬가지인 당헌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더구나 해당 규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재·보선에 책임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자, 그래야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한 뒤 만들어진 조항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대선 판도를 좌우할 ‘미니 대선’으로 불린다. 따라서 결국 민주당이 대선 때문에 약속을 뒤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헌을 지키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냐는 점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직전인 지난 3월에도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한 바 있다. 전날과 이날 민주당 지도부에선 ‘말 바꾸기’에 대한 별도의 대국민 사과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야당은 민주당의 전 당원 투표 방침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한국 전체를 기만 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앞장설 생각인가”라며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의 벌이 두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스스로 정한 당헌을 뒤집어엎은 것인데 정당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손우성·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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