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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특임교수

옵티머스 놓고 엉뚱한 곳 화살
범법자 폭로 받들어 검찰 공격
검찰개혁 빙자한 법치 망치기

잘못된 전제에서 공수처 강변
능력 인품 갖춘 공수처장 필수
입맛대로 고르면 폐지론 확산

여권이 검찰개혁을 빙자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法治)를 망가뜨리고 있다. 최근에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사퇴하면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한 말은 경종을 울렸다. 여권이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 결과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바람에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민적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라임 금융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박 지검장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현 정권에서 대우를 받던 그가 이 지경이니, 정권의 눈 밖에 난 검사들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감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자 여권은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추 장관은 국회 국감에서 감찰권 남발을 지적받았지만, 다시 윤 총장을 겨냥해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한 데 대해 법무부가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절차와 상식을 파괴한 ‘윤 총장 찍어내기’ 감찰 정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여권 국회의원은 “사건 담당 부장검사는 윤 총장의 눈·귀·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여권 의원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을 거론하며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해임 건의도 가능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사실, 당시 사건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수사 의뢰 사건으로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투자한 자금과 관련된 문제이며, 옵티머스 투자자 피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건으로, 전파진흥원이 자금을 모두 회수해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혐의로 처리된 것이다.

더구나 여권은 범법자의 폭로를 근거로 검찰을 옥죄는 희한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라임 사건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한명숙 사건의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채널A 사건의 VIK 이철 씨와 제보자 지모 씨의 폭로를 근거로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예컨대 “이철이 정치인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제보자 지 씨의 주장이나 “채널A 기자가 이철에게 허위증언을 강요했다”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유시민 씨에 관한 질문을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이런 거짓 폭로를 근거로 추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으니 너무나 한심스럽다.

또, 김 씨의 폭로를 근거로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을 색출하기 위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과 총장에게 검사들의 비위를 알고도 덮었다는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한 무리한 수사다.

여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사건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더욱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강변하고 있다. 검찰 비리가 많으므로 이를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최근 검찰의 비리는 범법자의 폭로를 근거로 여권이 만들어낸 가짜가 판을 친다. 한편,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지명하자, 여당은 후보추천위원 중에 부적격자가 있다고 시비를 건다. 야당이 여당의 입맛에 맞는 후보추천위원을 지명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난해 범여권이 공수처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민주당은 “공수처장을 우리 마음대로 고를 수 없게 돼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여당은 야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능력과 인품을 갖춘 공수처장 후보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지, 야당 후보추천위원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 야당이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인물들을 골라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더구나 여당은 다음 달 말까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선정 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야당의 후보추천위원을 1명으로 줄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당이 자신들이 만든 법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고치는 것은 ‘입법 독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당이 이런 식으로 강행한다면 공수처는 결국 공직자를 억압하는 ‘정권 보위부’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이런 공수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마침내는 공수처 폐지론이 등장할 게 뻔하다. 여당은 무엇이 공수처를 살리는 길인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