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사망’속출에 발동동
학부모도 자녀 접종 고민

전국에서 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독감 백신을 둘러싼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고령 부모의 접종을 말리는 사람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접종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직장인 김모(35) 씨는 올해부터 독감 무료 백신 대상자가 된 부모님에게 백신 접종을 맞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씨는 “친정인 대전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더 놀랐다”며 “기저질환이 있어 독감에 걸려도 문제지만 일단 사망 원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송모(46) 씨는 “백신 접종 시기에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아이들 접종을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백신 유통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는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무료 독감 예방접종 대상자지만 유료 백신을 찾아 맞히는 경우도 있다. 4살 손자를 맡아 키우고 있는 김모(60) 씨는 “사망자 대부분이 무료 백신을 접종받은 것을 보고 손자에게 일부러 유료 백신을 맞혔다”며 “큰 차이는 없을 수도 있지만 괜히 주사를 맞고 찝찝한 것보다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붐볐던 병원도 급격히 한산해지는 분위기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내과의원에는 일반 호흡기질환 환자 2명을 제외하곤 독감 백신 접종을 하러 온 손님은 없었다. 간호사 A 씨는 “백신 접종을 하려는 사람들 자체가 뜸해진 상황”이라며 “특히 무료 접종을 걱정하는 분이 많아져 무료에서 일반접종으로 전환해 처방을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백신 접종 관련 환자는 20~30%가량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고창군의 경우 지난 20일 70대 노인 사망 사고 발생 전에는 독감 백신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마다 줄을 서는 모습이었으나 21일 이후 접종 행렬이 완전히 끊길 정도로 한산해졌다. 고창군 관계자는 “독감 백신 주사를 맞겠다는 주민들이 주춤거리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2명의 사망자가 나온 대전도 마찬가지다. 대전 시민 박모(60)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독감 예방접종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때인데 독감 주사 관련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니 노부모가 접종을 해도 될지 너무 불안하다”며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은 됐지만 백신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기피하거나 접종 신청자들이 줄어드는 등 백신에 대한 공포가 팽배하다.

나주예·최지영 기자, 대전=김창희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