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망자에 우왕좌왕
“과거 진료기록 등 검토뒤
인과관계 여부 볼것”말만

22일 오전 전국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은 사망과 독감 백신 사이의 연관성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이어 간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지만,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무작정 사인 분석 결과를 기다리기보다는 접종 일시 중단 등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백신의 안전성이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독감 백신과 사망의 연관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독감 백신이 사망과 연관돼 있다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며 “사망자와 백신의 인과관계는 사망원인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부검 등 사인 규명을 일단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과관계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예정이다. 정 청장은 이날 “부검을 비롯한 구체적인 원인 규명까지는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사망 사례에 대한 부검 결과가 1주일 정도면 나올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연일 사망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국민에게 2주는 지나치게 긴 기간이다. 이미 전국의 보건소·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 신청이 뚝 끊긴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올해 처음 무료 접종을 시작한 백신이 첫해부터 매우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100% 배제하기 어렵다”며 “사인 규명이 되지 않더라도 접종을 잠시라도 중단한 뒤 안전성 등 점검을 다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부검 결과 사인이 규명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 교수는 “만약 백신에 의한 사망이라 하더라도 외상이 아니라 체내 생리적인 현상에 의해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부검을 통해서도 그 흔적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 경우 정부의 대응 방식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국감 직전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부에 종합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감 백신 사망사고에 대한 신속한 원인 규명과 적절한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는 우선 독감 백신을 전수조사하고, 접종 중단까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안심한다’는 국민 스스로의 고백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혼신을 다한 독감 백신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