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연휴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당이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의 독주와 야당 무능이 결합해 금명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7조8000억 원 규모인데, 사실상 전액 국채로 충당한다. 한 해 4차례 추경(追更)을 편성하는 것도 59년 만의 처음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회는 행정부 예산안을 더 꼼꼼히 심사해 재정 효율을 높이고 부당한 지출은 줄이도록 하는 것이 그 존재 이유다. 그런데 여당 행태를 보면 심사가 아니라 무조건 통과 자체가 목표인 듯하다.

그 이유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당·정은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100만 원(4인 가구 기준)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최근 추미애 가족 스캔들 등이 확산하자 이번에도 추석 전에 현금을 살포함으로써 차례상 앞 민심의 악화를 막아 보자는 정치적 고려가 앞서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先)지급 후(後)심사’라는 편법이 동원되고, 추경이 통과도 안 됐는데 정부 당국은 입금 계좌를 확인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생겼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코로나 피해를 본 자영업자 291만 명에게 28일까지 100만∼200만 원씩 지급한다. 그리고 미취학 아동 252만 명과 초등학생 280만 명의 보호자는 29일까지 20만 원을 받게 된다. 이 밖에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대상자 50만 명과, 특별구직지원금 대상자 20만 명에게도 50만 원씩 지급한다.

이런 비용이 추경의 절반이 넘는 4조6000억 원가량으로, 국회 통과 뒤 1주일 내에 지급을 끝낼 계획이다. 추석을 앞두고 지원을 서두르는 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나랏돈을 쌈짓돈 쓰듯 퍼부어선 안 된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국회 심의가 이렇게 형해화해선 안 된다. 1조 원 가까이 드는 통신비 2만 원 지원도 황당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여당 원내대표는 “작은 견해 차이가 국민 절박함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며 그 정도 돈은 별것 아니라는 태세다. 이런 식이면 재정준칙을 아무리 제정해도 소용이 없다. 당장 주어지는 현금 싫어하는 사람이 없으니 다수 국민도 내심 반길 것이다. 여당과 정부 행태는 이처럼 정치적 이유가 앞선 데다 국민 의식도 타락시킬 뇌물로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