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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형주(1990∼2005)

몹시 보고 싶은 친구 형주야. 네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5년이 넘었네. 우리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고,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지. 특히 주말에 성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어. 내가 기억하는 네 모습은 언제나 진지했지만 때로 친절한 면이 있었어. 우리는 같은 아파트에 살았기에 토요일 오후 3시가 되면 함께 성당에 가자며 전화를 했었지. 초등학생 때니까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네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미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오후 8시까지 우리는 붙어있었지. 미사가 일찍 끝나면 PC방을 간 적도 있었고, 그럴 때면 늦은 시간에 밖에 있었다고 혼날까 봐 전전긍긍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초등학교 6년 내내 우리는 같은 반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토요일 오후를 함께 보낸 덕분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큰 네가 부러웠어. 어림잡아 우리는 15㎝ 정도 차이가 났지. 넌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이미 160㎝를 넘었던 것으로 기억해. 그래서인지 내가 학교에서 기억하는 네 모습도 항상 키와 관련돼 있네. 너는 항상 뒷줄에 앉았고, 농구를 잘했던 친구로 기억해. 네가 골 밑을 지키는데 어느 누가 골을 넣을 수 있겠어. 키가 큰 친구들은 종종 키 작은 친구들을 놀리거나 무시하곤 했는데 넌 그러지 않았어. 지금의 내 신장은 대한민국 남자 평균 정도는 되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키가 작은 편이라 남들 앞에 서면 작아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널 자상한 친구로 기억하는지도 몰라. 내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유기도 하겠지.

우리는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지. 중학교에선 같은 반이 되기를 바랐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3학년 내내 또 다른 교실에서 수업을 듣게 됐어. 9년 동안 단 한 번도 같은 반이 되지 않은 것도 참 신기해. 다른 동네 친구들이랑은 최소 1∼2년간 같은 반이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더 안타까워. 내가 중학생 때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너와 멀어지게 됐으니까. 학원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로 성당을 자주 가지 못했고 자연스레 너와 멀어졌네. 네 입장에선 섭섭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특목고 입시 준비로 무척 바쁘던 2005년 늦여름. 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감할 수 없었어. 장례식장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나보다 키가 컸던 너였기에 너의 건강을 의심한 적이 없었거든. 너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너의 몸 상태를 몰랐던 게 속상하고 아픈 네게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어. 이제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는 서른이 넘었어. 서울에 자리 잡은 이후 고향 생각도 잘 나지 않네. 먹고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너를 잊고 지내다가도 무더운 여름이 되면 문득 생각이 나. 언제나 자상했던 네가 잘 지내고 있길 바랄게. 잘 지내고 있지? 무척 보고 싶어….

친구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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