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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정문호 청장

내가 정문호 소방청장을 처음 만난 것은 초임 교수 시절이었다. 25년 전쯤 중앙소방학교에 외래강사로 초청받아 강의를 갔을 때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정 청장의 첫인상은 과묵하고 겸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때 크게 놀란 것은 당시 소방학교 교관이었던 정 청장의 강의 교안을 보고 나서였다.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내가 놀랄 정도로 전문성이 높았고 현장실무를 반영한 교육자료는 훔쳐가고 싶을 만큼 정교했다. 나중에 청장 취임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그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 청장은 누구든지 격의 없이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가 인천 소방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건축물 소방설계 심의위원 자격으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소방설계 심의위원들에게 “내가 살 집을 점검한다는 자세로 안전을 철저하게 검토해달라”고 해 대충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장 취임 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업무스타일이 조직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여 역량을 한곳으로 결집해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진중함과 포용력은 많은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지라도 섣불리 예단하지 않고 일단 다 들어주는 소통의 자세가 부럽기도 했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학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닮고 싶은 모습이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한국화재소방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