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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美·英 등 금융위기 뒤 시행
학교서 저축습관 등 가르쳐

국내도 전담기구 설치했지만
프로그램·이수시간 등 미흡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국가들이 금융 교육을 정규 교과에 편입하는 등 금융 교육 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도 각종 사모펀드 사태·‘빚투’(레버리지 투자) 논란 등을 겪으면서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 최근 추진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등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데 학교 내 금융 교육 확대 부분은 금융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다.

24일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사고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국가 차원에서 금융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주요 20개국(G20) 등도 ‘금융 포용’의 입장에서 금융 교육의 필요성과 도입을 줄곧 장려하고 있다. 특히 OECD는 학교를 통한 조기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 조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금융 이해력 증진을 위한 ‘국가전략 2011’을 발표한 바 있다. 고등학교 이전까지는 수학 등 기존 교과목에 관련 내용을 포함했고 고등학교부터는 독립된 과목으로 교육하고 있다. 영국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공교육에서 금융 교육을 의무화했다. 2012년 금융서비스법에 의거해 금융교육 전담기구 MAS를 설립, 2014년부터 학교 교과에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 오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OECD 등으로부터 금융 교육 국가전략의 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대부터 저축습관, 돈의 가치 등의 내용이 교과 과정에 포함돼 있었고 2012년에는 초등교육과정의 사회 교과에 금융교육을 포함했다. 2007년부터는 시티그룹으로부터 학교 금융 교육 후원을 받아 학교 중심의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최근에는 모바일 중심의 금융교육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금융 교육 도입도 더디고 질적 수준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 5월 정부 금융전략 주체인 ‘금융교육협의회’를 설치하고 학교 내 금융 교육 등을 추진키로 했다. 미국, 영국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학교 내 금융 교육 강화에 나섰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중학교의 자유 학년제(1학년)에 적용 가능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 고등학교의 일부 시간(수능 이후 기간)을 활용한 금융 교육 제공 등에 그치고 있다”며 “절대적 교육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학교 내 금융 교육은 사회, 실과, 가정 등의 교과 안에 금융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으나 영국,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의 고교 과정에서의 금융 교육 내용이 대학에서의 경제 관련 과목으로 이어질 만큼의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